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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경찰 장악한 트럼프, 이번엔 진보색채 문화예술계도 개조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4 11:52

수정 2025.08.14 12:43

케네디상 수상자 직접 발표…1기 때와 달리 시상식도 참석
케네디센터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케네디센터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범죄가 통제 불능"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치안 유지 명목으로 주방위군을 시내에 배치, 시 경찰을 연방정부 통제 하에 둔 가운데, 진보 색채를 띠는 문화예술계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이에 상대 진영인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워싱턴DC를 자신이 지향하는 바대로 개조하려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랜드마크이자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센터를 찾아 올해 말 시상식을 개최하는 '케네디센터 아너스' 수상자를 발표했다.

그는 △컨트리 뮤직 가수 겸 작곡가 조지 스트레이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한 배우 마이클 크로퍼드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아이 윌 서바이브'로 유명한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 △록밴드 키스를 올해 수상자로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 일환으로 케네디센터 이사회를 친트럼프 인사로 교체하고, 지난 2월 자신을 센터 이사장으로 '셀프' 임명한 바 있다.



케네디센터가 미국의 가치와 거리가 먼 진보 진영의 의제를 장려한다고 비판해온 그는 센터를 장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미국사를 긍정적으로만 묘사하는 전시를 하도록 압박했었다.

이 같은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수상자 발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아성인 워싱턴DC의 문화예술계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는 워싱턴DC의 문화예술 기관을 대체로 건드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시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첫 해인 2017년 '케네디센터 아너스' 수상자 중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는 의미로 시상식 참석을 보이콧하자, 이를 의식하고 임기 4년 내내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시상식을 진행하겠다고 했으며, 케네디센터 운영에 더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백명의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망 높은 공연 예술 기관 인수에 항의하기 위해 케네디센터까지 행진했다.'프리디시(Free DC)'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페이지 캡처
수백명의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망 높은 공연 예술 기관 인수에 항의하기 위해 케네디센터까지 행진했다.'프리디시(Free DC)' 프로젝트 인스타그램 페이지 캡처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