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을 먼저 23~24일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순방 정상회담을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먼저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협상의 종지부를 찍는 중대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한일간의 셔틀외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일본을 들른 것을 두고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실용외교의 철학이 실천되는 것"이라고 14일 평가했다. 조 장관조차도 최근 안보·무역협상을 위한 워싱턴DC 방문을 앞두고 도쿄먼저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대화한 바 있다. 조 장관은 "미국 방문에 앞서 우리와 여러모로 입지가 유사한 일본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 장관이 일본을 먼저 간 것이 이 대통령의 지침이었다며 "일부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일이라는) 잘못된 프레임 또는 낙인이 있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일본부터 가면서 미국 내에서 가지고 있던 우리 정부에 대한 편견이 일거에 사라지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한일 양국은 최근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가장 비슷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양국간 셔틀외교의 중요성도 커졌다. 미국은 한일 양국에게 모두 한미일 동맹 강화를 요구해왔다.
이 대통령 못지않게 일본 이시바 내각도 한일간 셔틀외교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내한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식량안보장관회의 및 한일중 농업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을 연이어 만났다.
정부 관계자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먼저 나서서 장관과 만남을 요청을 해왔다"고 귀띔했다. 이시바 내각도 한일간 셔틀외교에 높은 관심을 보인 셈이다. 외교 수장이 외교·안보 분야가 아닌 일본의 다른 부처 수장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44세에 이미 중의원 6선에 성공해 일본 정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도 속해 있다. 그의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는 한일간의 '셔틀외교'의 문을 연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2003년부터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북핵 문제 해결 협력,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비자 면제 등 실질적 협력을 진행했다. 지난 2004년 정상회담에서는 '흔들림 없는 이웃' 관계를 목표로 항구적인 비자면제와 항공편 증편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셔틀 외교'를 처음 시작했다. 하지만 전임 일본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함께 위안부 문제, 독도 분쟁 등으로 셔틀외교는 중단과 복원을 반복해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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