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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관계, 과거사 딛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4 19:00

수정 2025.08.15 06:10

광복 80주년 맞아 새롭게 정립해야
李 대통령, '先日 後美' 방문 고무적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가 연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 국악합창단 k-판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가 연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 국악합창단 k-판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은 대한민국이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지 80년이 되는 날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전쟁의 참화를 겪고 경제재건에 나서 우리는 단기간에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 국민 모두의 피땀으로 일군 번영을 자축하고 스스로 박수를 칠 만하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한일 관계다. 여전히 일제의 강점과 탄압의 상처는 우리 국민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과거사는 쉽사리 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있고, 일본 정계의 극우인사들은 신사참배 등을 통해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울타리에 갇혀 미래로의 전진을 가로막는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우리가 먼저 봉합하자는 말이 아니라 일본의 진정한 참회를 요구하고 기다리면서 공동발전을 위한 경제적·안보적 협력은 더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자는 뜻이다.

광복 20년 후인 1965년 한국은 반대 시위를 무릅쓰고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했고, 벌써 60년이 흘렀다. 일본이 제공한 차관이 우리 경제를 부흥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고, 인접 국가로서 우리가 일본의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고 배워 고도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앞지르는 부강한 국가로 발돋움했으며 교역규모가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에 일본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안보적으로 볼 때도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함께 북한, 중국, 러시아에 맞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자유민주 진영을 지켜야 할 공동운명체다. 그만큼 한일 관계는 과거에 얽매여 있을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는 표현으로 적대감을 누그러뜨리며 우호적 감정을 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 80주년 다음 주인 오는 23∼24일 일본을 공식 방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서 미국을 방문하는데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찾는 '선(先)일본, 후(後)미국'을 택한 것은 일본에 상당히 호의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과거사 갈등을 넘어 새로운 한일 협력 시대를 열자고 한 게 1998년이다. 그러나 그 이후 국내 정치권에서는 반일감정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며 국가 간은 물론 국민 간의 우호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친일·반일 이분법 논리로 국민을 가르고 이간질하는 정치권과 일부 반시대적 정파들의 행태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이는 반대파를 친일로 몰아붙여 편을 갈라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저급한 정치행위 그 이상이 아니다. 현재의 친일이 과거의 친일과 같은 의미일 수 없다.
나라나 민족에 대한 호감의 차이일 뿐 친일이 과거 일제의 행위를 두둔하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광복 80년을 맞아 한일 관계는 좀 더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그것은 과거의 아픔과 갈등을 넘어 협력을 통해 밝은 장래를 함께 맞이하자는 동반자 관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