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인사 청탁' 이유로 징계 받은 국정원 고위직...법원 "증거 불충분"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7 14:51

수정 2025.08.17 14:51

법원 "징계 근거가 막연해"
국가정보원. 뉴스1
국가정보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부정적인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 징계를 받은 국가정보원 고위직이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지난 6월 5일 국정원 직원 A씨가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A씨는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인 1991년 임관해 2021년 특정직 3급으로 승진했다. 2023년 정치권과 기업 인맥을 사용해 전임 국정원장 B씨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국정원이 든 징계사유는 2가지다.

우선 A씨가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B씨와 친분이 있던 전직 시의원 C씨를 통해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정기 인사 앞두고 C 전 의원에게 연락해 본인의 승진을 조력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했고, C씨가 B씨에게 문자를 계속 보냈다는 사실 인지하고 있었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국정원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A씨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했는데, A씨에게서 '거짓' 반응이 나온 것도 이유가 됐다.

국정원은 또 A씨가 기업의 전직 부사장 D씨를 통해 동향 후배 직원의 인사를 청탁했다고 봤다. 승진인사 절차를 진행 중이던 2021년 1월 D씨가 B씨와 잘 아는 사람과 식사 중 A씨 이야기해 주겠다고 청탁 제의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하고, 대신해서 특정직 4급의 직원 후배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징계사유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나 절차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인사 청탁 여부에 관해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비위행위의 구체적인 일시, 내용조차 전혀 특정하지 못한 채 막연히 A씨와 B씨, C씨의 관계를 국정원장의 비서실장이 작성한 문서에 근거해 '묵시적'인 인사 청탁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D씨의 청탁 제의를 거절했다고 주장하며, 후배를 언급한 것은 부정청탁 권유를 완곡하게 거절하거나 단순히 후배를 잘 챙겨달라는 막연한 당부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불충분하고 단편적인 근거에만 의존해 청탁금지법상 금지된 중대한 비위행위인 부정한 인사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한 이 사건 징계처분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