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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 '충돌방지·신뢰·대화' 방점... 9·19 군사합의 선제·단계적 복원 강조[李대통령 외교의 시간]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7 18:24

수정 2025.08.17 18:24

李 "흡수통일 추구 않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흡수통일은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대북 정책기조의 큰 틀은 충돌방지, 신뢰회복, 대화복원임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단기 상응(호응)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속도를 조절하되 위험관리와 검증을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17일 대통령실은 경축사 취지에 맞춘 이행 원칙을 점검하고 있다. 후속조치는 상호주의와 검증 가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검토된다. 아울러 남북 신뢰 조치는 분리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접경지 우발충돌 위험을 낮추는 조치부터 남북 간 작은 접점을 꾸준히 확대하는 실무적 접근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비적대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과 대화 재개도 제시했다. 이 발언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측 조치를 "개꿈"이라며 "확성기는 철거한 적도 그럴 의향도 없다"고 한 담화 이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대북 정책의 단기적인 목표를 태도 변화 유도가 아니라 위험관리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의 확성기, 대북전단, 감시장비 등 민감한 변수는 정치 쟁점에서 분리하고 시행 가능한 조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효과는 수치와 사례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책의 관성이 생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측의 상응한 조치가 없을 경우 원상복귀나 일시정지, 범위 축소 가운데 하나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이른바 '안정화 스위치'를 미리 설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중기 전망의 성패는 검증 가능한 상호주의에 달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상호 통보와 연락절차의 정상화, 제한 구역과 시간대에 한정한 상호 통제, 위반 건수와 강도의 감소 같은 가시 지표가 일정 수준 쌓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화의 열림과 닫힘을 정책 설계에 내재화한 장기전 프레임이 유력하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보건, 재해, 환경, 농축수산 등 비정치 분야에서 접점을 확대하는 방안도 현실적 해법으로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지금은 합의 복원 가능성이 극히 낮다. 표류자·실족사 사망자 송환 문제까지 소통을 거부하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 공방은 있을 수 있으나 북한이 국내 정치 변수를 명분 삼아 스스로의 노선을 강화한 측면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복절 경축사에 대해 "북한은 남측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구하며 연합훈련으로 상시 적대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대통령의 '흡수통일 불추구'와 '비적대·신뢰 구축' 메시지는 그 주장에 대한 직접적 답변"이라고 말했다. 이어 9·19 합의 복원과 관련해 "정부가 먼저 움직이면 북한이 유리한 조치만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시·정찰 축소는 북한에 가장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군사분계선 인근 관측을 줄이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와 충돌하고 대미 의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