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주필,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다
관세협상,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한미 이견들 구체적 문서화 작업 남아
쌀시장 개방·투자이익 90% 미국 소유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국방비 증액 등
트럼프, 유리한 조건 끌어내려고 할것
美, 중국 배제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
무조건적인 美요구 수용은 절대 안돼
韓, 특정시장 핵심광물 등 의존 위험
공급망 다변화·미래 핵심기술 갖춰야
동남아 협력 강화·R&D 투자 늘려야
관세협상,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한미 이견들 구체적 문서화 작업 남아
쌀시장 개방·투자이익 90% 미국 소유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국방비 증액 등
트럼프, 유리한 조건 끌어내려고 할것
美, 중국 배제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
무조건적인 美요구 수용은 절대 안돼
韓, 특정시장 핵심광물 등 의존 위험
공급망 다변화·미래 핵심기술 갖춰야
동남아 협력 강화·R&D 투자 늘려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한미 정상 간 마지막 협의에서 직접 미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과 13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석 교수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구두로 합의된 한미 관세협상 관련해 추가 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석 교수는 세계무역질서가 '트럼프 라운드'로 대표되는 '관리무역체제'로 전환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이 문서화로 명확하게 서명된 것이 아니다"라며 "구두 협의에 그쳤기 때문에 한미 간 양측의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는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이견이 있는 분야는 한국이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했는데 그 투자에 대해서 미국 측은 90%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투자 개념이라고 주장을 하는 부분"이라며 "미국은 쌀 시장을 한국이 개방하기로 했다고 하고, 한국은 아니라고 하는 부분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주제들 역시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간 최소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 이상인 주한미군 2만8500명의 주둔비용에 대한 분담금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한국이 맺은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또한 재협상에 나설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관세협상에서 얘기가 없던 안보 분야 방위비 지출,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등이 논의가 될 수 있다"며 "한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트럼프라운드 시대에서 한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CP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PTPP는 미국·중국 두 강대국이 배제된 일본 중심 소다자주의 통상질서다. 관세 철폐를 넘어 디지털, 지식재산, 환경, 노동 등 무역 전반에서 투명성 기준이나 개방 정도(90%대 이상)를 높게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멕시코·칠레·페루·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브루나이·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뭔가 특정 시장이나 공급망에 핵심 광물이나 중간재를 의존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성이 커졌다. 수출이 특정 국가에만 편중되는 것도 위험하다"며 "이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CPTPP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 태평양 인근에 여러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핵심 광물도 수입을 하고 수출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래 핵심 기술을 갖춰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첨단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필요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면 우리나라를 자국의 공급망에 편입시키기 위해서 여러 나라에서 좋은 제안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한미 통상마찰 가능성은 왜 커지고 있나.
▲현재 미국은 통상정책에서 보호주의적 색채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노동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앞세워 다른 국가들에도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인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재편이 한국 기업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으나, 최근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선택을 강요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및 이차전지와 같은 전략 산업이며, 미국은 자국 내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연계는 차단하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조건을 수용해 이익을 도모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패키지딜'이나 통상협의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번 통상협의는 단순히 무역조건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기술과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AI·친환경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서 누가 글로벌 주도권을 쥘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국은 기술력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시장 규모나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열세이므로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미 통상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실리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대체시장을 발굴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한국 기업과 경제가 자립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나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거나, 자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구두 합의가 문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의 불확실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구두 합의는 협상 이후에도 해석 차이나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문서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협상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서로 다른 해석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꼼꼼한 사후 조율과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외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나.
▲최근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움직임이나 국방비 증액 요구 등이 관세협상과 별개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경제·안보 협상이 긴밀히 얽히는 복합적 부담을 의미하며, 단순한 무역협상을 넘어선 전략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imne@fnnews.com 홍예지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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