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김건희 향한 '계엄 위자료' 손배소…'공동책임' 인정될까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8 14:07

수정 2025.08.18 14:07

시민들 “계엄의 동기·공범과 연락 등 적극 가담”
법조계 “피해 입증 쉽지 않아...尹 배상판결도 뒤집힐 가능성”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한 '12·3 비상계엄' 손해배상소송 소장 접수에 앞서 법률사무소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한 '12·3 비상계엄' 손해배상소송 소장 접수에 앞서 법률사무소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앞서 같은 사안에 대해 윤 전 대통령에게 1인당 10만원 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이번에는 김 여사의 공동 책임까지 묻는 소송이 나온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이들이 입은 피해와 김 여사의 책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사무소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시민 1만2225명을 대리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상대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추가 희망자를 계속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원고 측은 김 여사를 계엄의 ‘직접적 동기이자 적극적 가담자’로 지목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그 핵심 동기는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막으려는 사적 목적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여사가 계엄 선포 직후 공범들과 비화폰 등으로 활발히 소통하며 계엄 실행을 방조·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의 특징은 기존 계엄 위자료 소송과 달리 김 여사를 공동 불법행위자로 특정했다는 점이다. 민법 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이는 하나의 손해발생에 관여한 원인행위자를 공동 배상책임자로 보고 피해자 구제를 하려는 목적이 있다.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했거나 이를 교사(타인이 행하도록 하는 것), 방조(해야할 조치를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이를 돕는 것)하는 경우로 나눠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 측은 공동행위자끼리 반드시 같은 인식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행위로 인해 공동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은 크다.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는 원칙적으로 가해자의 고의·과실, 그 행위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피해자의 손해 발생 여부가 모두 입증돼야 한다.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려면 치료 기록이나 진단서 같은 심리·의학자료 등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관련 1심 판결에서는 이러한 의학적 근거 없이도 위자료 지급이 인정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5일 계엄 선포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시민 104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윤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의 위법성 정도, 법규명령성(행정기관 명령이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것), 계엄 전후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취한 조치의 비민주성과 불법성, 적극성 등을 종합해 정신적 손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상급심에서 같은 판단이 유지될지, 김 여사에게까지 공동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한 민사상 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도 상급심에선 달라질 수 있다”며 “고의·과실에 따른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특히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하려면 공동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의 인과관계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공동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전형적 사례는 상간자 소송처럼 불륜 당사자와 제3자를 함께 책임지게 하는 경우”라며 “이번 사건처럼 정치적 사안을 그 법리에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공동 불법행위의 요건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