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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삶 무너지지 않도록" 취약계층 보험 확대 팔걷은 민관 [보험+재정, 위기관리의 새 해법 (上)]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8 18:08

수정 2025.08.18 21:18

10년간 화재 재산피해만 7조 훌쩍
전통시장 보험가입 법안 등 논의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뒷받침 역할
전기·가스시설 위험요소 점검 등
현장 직접 뛰며 사회안전망 구축도
"화마에 삶 무너지지 않도록" 취약계층 보험 확대 팔걷은 민관 [보험+재정, 위기관리의 새 해법 (上)]
'7조4259억1868만7000원.'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우리 사회가 화재로 인해 입은 재산 피해의 총액이다.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화재는 40만5977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나 음식 조리 중 불이 옮겨붙는 경우처럼 언제, 어디서나 화재는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일어난 화재는 개인의 삶의 터전과 재산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화재는 통계로 드러나는 숫자 만큼이나 개인과 사회에 치명적이다.

특히 전통시장 상인이나 저소득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화재 위험에 취약하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화재보험 가입을 높여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과정에서 소방청, 지자체, 국회, 민간 보험사 사이에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는 중간조정자이자, 실행자 역할을 수행 중인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주목받고 있다.

■"민·관 '브리지' 역할"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5년 4만4435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3만7614건으로 15.4% 감소했다. 반면, 재산피해는 같은 기간 80.9% 증가했다. 2022년의 경우 연간 1조20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화재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에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충분한 피해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우선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협력 요청에 따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개정 자문에 협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전통시장 화재공제 운영 지원과 관련된 전통시장법 조항에 '화재보험'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화재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전통시장은 화재공제 가입률이 저조한 탓에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액 중 상당 부분을 국비와 모금액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은 여전히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협회는 '화재안심보험료 지원'을 위한 지자체 조례 신설 및 개정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 경우 '화재피해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 취약계층 화재안심보험 가입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화재안심보험은 취약계층이 화재 손해를 입었을 때 실질적인 복구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장치다.

협회는 "화재위험관리 전문기관으로서, 단순히 컨설팅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위험 인식을 개선하고 안전문화 기반을 확산시키는 데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화재안심보험 확대를 위한 조례 정비 협력, 전통시장법 개정 지원, 지자체 맞춤형 컨설팅 등 정책·제도 개선을 뒷받침하면서 민과 관을 연결하는 브리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안전망 구축 '실천자'

화재보험협회는 제도 변화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백을 직접적 행동으로 메우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안전문화캠페인 △소화기, 간이스프링클러 지원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취약주택의 전기시설과 가스시설의 위험요소를 점검하는 주택 점검 활동 등이다.

협회는 2015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3년 단위로 전국의 전통시장에 대한 화재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510개 전통시장, 6만3755개 점포를 대상으로 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전통시장 내 소화기 비치 상태, 화재감지기 및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 작동 여부, 액화천연가스(LPG) 용기 보관 상태 등 화재·폭발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을 벌였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점검 매뉴얼을 배포하고, 소화기 작동 실습 등 체험형 안전교육도 진행했다.

2023년 이후 협회는 '화재 등 재난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국 600여곳의 전통시장 개별 점포에 소화기 1만5000여대를 무료로 배포했다.


협회는 "화재는 '발생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발생 이전부터 관리돼야 할 위험'"이라며 "협회는 예방과 복구 사이를 잇는 실질적 '사회안전망'의 중추로 기능하면서 민간보험의 공공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