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은 2조 사들여 신중 접근
외국인들이 국채 선물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14일까지 외국인들이 사들인 국채 선물은 총 11조800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은 지난 14일에만 1조16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7월 한 달간 외국인의 국채 순매도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하면 대조적이다. 올해 1~7월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달에 대거 국채 선물을 사들이면서 순매수세로 전환된 모습이다.
관세정책에 대한 불안감,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국내 채권 선물시장에도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역시 외국인들의 국채 선물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채권금리 인하는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국채 선물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외국인들의 국채 선물 매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국채 선물에서의 순매수세에 비해 현물시장에서의 매수세는 더딘 편이다. 이달 1일~14일간 현물시장에서의 외국인의 원화채 순매수 규모는 2조원으로 국채 선물(11조8000억원)의 약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세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반면 선물 순매수세는 강해지고 있다"며 "금리가 하락할 것 같지만, 현물에 손이 가지는 않는 조심스러운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고, 연준의 통화정책은 날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고용과 물가, 최근 소비지표까지 미국 경제상황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채 선물 순매수 수량이 늘어나는 것은 방향성 베팅 또는 일시적 수요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말 국고채를 사서 들고 있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신중한 투자는 주식 시장에서 더 뚜렷하다. 미국 관세정책 불안감, 통화정책, 경제지표 불확실성으로 이달 1~14일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액은 총 5000억원에 그쳤다. 한편 이달 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478% 수준에서 지난 14일 연 2.404%로 3.8bp(1bp=0.01%p) 하락했다. 외국인들의 원화채 현물 보유잔액은 308조1881억원이다. 전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11.35% 수준으로 지난 2016년 말 5.6%과 비교하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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