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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망칠 노란봉투법, 재계 수정안으로 타협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8 19:14

수정 2025.08.18 19:14

경제6단체 국회서 공동성명 발표
법시행 1년 유예 등 조건 수용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6단체와 국민의힘 김형동, 조지연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6단체와 국민의힘 김형동, 조지연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이 이번 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상법개정안과 함께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을 독소 법안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분명히 한 가운데 재계가 마지막 카드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단계부터 기업에 대한 잘못된 프레임을 씌웠다.

마치 기업의 기득권 옹호를 위해 노란봉투법을 저지하는 식으로 여론이 왜곡됐다. 그러나 경제계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노란봉투법이 담고 있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우려가 크다. 나아가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뤄진 산업현장에서 원청이 수십, 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와 개별 교섭에 나서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법안의 폐해를 알면서도 재계가 큰마음을 먹고 양보안을 내놨다. 재계의 이런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면 정치권도 전향적인 타협의 태도로 화답해야 한다. 실제로 재계가 제시한 조건부 대안은 법안의 근본 취지를 부정하지 않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경제6단체가 제시한 수정안은 노조가 일으킨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상한을 시행령에서 정하고 급여 압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손해배상이 근로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해치지 않는 합리적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문제는 사용자 범위 확대에 있다. 재계는 현행법을 통해 이 사안을 해결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은 제외해줄 것을 촉구한다. 기업이 정상적 경영활동을 영위하려면 이 두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경제계가 요구하는 최소 1년 이상의 시행 유예도 합리적 제안이라고 본다. 노란봉투법을 아예 부정하지 않고 조건부로 수용한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전면적 거부에서 상당히 진전된 제안이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경영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선이 불가피하다. 이에 노란봉투법과 같은 급진적인 제도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법안 시행의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처럼 재계가 한발 물러선 대안을 내놨는데도 여당은 법안 통과를 강행할 태세다. 이후 벌어질 상황에 어떻게 뒷감당을 할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기업들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외국 기업들이 한국 내 노란봉투법 시행을 우려하며 투자 재검토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황이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앞세우지만 개혁이 성공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는 게 진정한 협치의 정신이다.
재계의 조건부 제안을 거부한 채 원안대로 밀어붙였다가 경영 혼란이 벌어지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뿐이다.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협치의 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
부디 모두가 공멸하는 길을 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