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우 휴전협상 핵심 ‘돈바스’…양측은 왜 쉽게 포기 못하나

뉴시스

입력 2025.08.19 15:38

수정 2025.08.19 15:38

2014년 이후 분리주의자들 장악…소련시대, 광산·제철소 등 산업 중심지 러 미점령지, 우크라 중부 지역 추가 공세에 취약 요충 러, 낙후지역 440㎢과 전략 요충·산업도시 5만3200㎢ 교환 의사 내비쳐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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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지역이 동부 돈바스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통칭하는 돈바스는 소련 시대에는 석탄 광산과 제철소가 있는 산업 중심지였다. 비옥한 농경지와 중요한 강, 아조우해를 낀 해안선도 있다.

◆ 인구 약 40% 러시아계 가장 ‘러시아적’인 지역

역사적으로 돈바스는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많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러시아적인’ 지역이었다. 돈바스 면적은 약 5만3200km², 인구는 약 665만 명으로 39% 정도가 러시아계다.



CNN 방송은 10년 전만 해도 일부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애정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푸틴이 2014년 크름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를 흔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친러 성향 민병대 중 일부는 전차로 무장하고 지역 곳곳에 파견돼 제대로 된 준비도 없고 동기도 부족했던 우크라이나 군대로부터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빠르게 장악했다.

크름반도 합병 이후 거의 8년 동안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군대 사이에 때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통계에 따르면 1만 4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4년 이후 최소 15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돈바스를 떠났고 300만 명 이상이 러시아 점령 하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수십만 장의 러시아 여권을 배포했다.

푸틴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독립 국가로 인정했다.

그해 말 ‘가짜 국민투표’를 거쳐 일방적으로 불법적으로 두 지역을 합병했고 자포리자와 헤르손 남부 지역도 점령했다.

◆ ‘대러시아’ 집착 푸틴, 공식 흡수 지역 포기 어려워

러시아에게 점령지에서 철수하는 것과 공식적으로 흡수된 지역을 포기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러시아’에 집착하는 푸틴에게는 더욱 그렇다.

분석가들은 현재 속도라면 러시아군이 합병된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와 도네츠크의 70% 이상을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푸틴 세력에 큰 장벽이 되는 산업 도시, 철도, 도로로 이루어진 ‘요새 벨트’를 보유하고 있다. 슬로비얀스크, 크라마토르스크, 코스티아티니우카 등이 그 예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의 99%, 도네츠크는 76% 가량을 장악했다.

돈바스 전체의 약 88%인 약 4만6570km²를 점령하고 있고, 나머지 12%(약 6630km²)까지 우크라이나에 포기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장악 중인 수미 일대의 약 440km²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하는 곳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다.

◆ 젤렌스키, 돈바스 포기는 정치적 자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많은 희생 끝에 지켜온 도네츠크의 나머지 지역을 포기하면 정치적 자살 행위가 될 것이다.

키이우 국제 사회학 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약 4분의 3은 러시아에 어떤 영토든 포기하는 것에 반대한다.

러시아가 점령하지 못한 도네츠크의 나머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후퇴하면 중부의 광활한 평야가 러시아의 다음 공세에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위헌적으로 영토를 양도하는 셈이 된다.

유럽 동맹국들에게는 핵심 원칙을 어기는 일이다.
즉, 침략으로 영토를 보장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14년과 마찬가지로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야망을 시험하는 도가니다.
또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고수하려는 유럽에 가장 큰 시험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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