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 원전마저 적자 전환
저가수주 등 양적 성장 탈피해야
저가수주 등 양적 성장 탈피해야
공기를 제때 맞추지 못한 게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9년 22조6000억원에 수주한 이 사업은 당초 2020년 완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4년이나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따낸 첫 해외 원전 수주가 적자라니 실망스럽다. 발주처인 UAE에서 추가 비용을 받아낼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그 비용을 대신 치러야 한다.
더구나 원전 수출이 더욱 늘어날 텐데 줄줄이 적자가 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글로벌 합의문 때문이다. 이 합의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약 9000억원의 물품·용역 구매와 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더구나 이 계약은 50년간 지속된다는 단서도 달렸다. 웨스팅하우스와 계약 전에도 원전 수출에서 적자를 보는 마당에 합의서까지 지킨다면 흑자 사업을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심각한 건 미래 수출 주력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독자 수출에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자립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종속에다 사업성 악화까지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웨스팅하우스에 각종 사업권을 제공하는 등 큰 대가를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원전처럼 거대 인프라 사업은 수출 하나만으로 사업성을 따질 순 없다. 원전 1기를 수출하면서 발생하는 전후방 연관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게 합리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UAE 원전에서처럼 조단위의 적자가 발생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공기업이 적자를 보게 된다면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전략도 이제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본다. 우선 기존의 양적 승부 일변도에서 질적인 판단을 강화해야 한다. 원전 수출을 하면 마냥 좋다고 할 게 아니라 수익성도 꼼꼼하게 따질 때가 됐다. 과도한 저가 출혈수출로 실적만 올려놓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수출부터 공정관리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프로젝트 관리 능력부터 리스크 분석 및 계약조건을 정교화하는 구조를 더욱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산출 근거와 검증 가능한 데이터 없이 막연히 '종합적 가치'를 운운하는 건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경영이다. 원전 수출의 유무형 가치를 종합 판단할 수 있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원전 수출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적 사업이라 해도 손해 보는 장사를 용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밑지는 원전 장사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원전 수출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수익성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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