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50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가 지난해 7.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1.5% 상승률 이후 3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미 노동자 급여 증가율 3.6%의 2배가 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급여 컨설팅 업체 패리언트 어드바이저스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패리언트에 따르면 미 500개 대기업 CEO들이 지난해 받은 급여, 스톡옵션, 보너스 등으로 받은 보수 중앙값은 1900만달러(약 264억7000만원)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 노동자들의 총보수는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패리언트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에릭 호프먼은 “여전히 경영진 보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과 일반 직원들의 보수 증가율을 앞지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CEO는 테이저건 업체인 액손 엔터프라이즈 CEO인 릭 스미스였다. 스미스는 지난 수년 실적 목표를 달성한 덕에 스톡옵션을 두둑하게 챙기면서 모두 1억6450만달러를 받았다.
커피체인 스타벅스 CEO 브라이언 니콜 역시 주로 스톡옵션을 더해 9580만달러를 받아 2위에 올랐다.
니콜 보수에는 CEO 계약에 따른 500만달러 보너스, 시폴레 CEO로 있으면서 받았던 스톡옵션이 포함돼 있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미 최대 노조연맹인 AFL-CIO는 니콜이 받은 보수가 미 최대 기업들 사이에 평직원과 경영진 사이 심각한 급여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타벅스 공시에 따르면 니콜의 연간 급여는 평직원, 시간제 바리스타 등의 연봉보다 6666배 많다. 시간제 바리스타는 연간 약 1만5000달러를 받는다.
AFL-CIO 자본전략국장 카린 젤렌코는 “이 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계속해서 커져만 가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영리 경제분석연구소인 정책연구소(IPS)의 글로벌 경제 프로젝트 책임자 새라 앤더슨은 경영진과 평직원 간 임금 격차 확대는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앤더슨은 “CEO와 노동자 간 급여 격차는 불평등을 높이고, 부가 최고 소득층에 집중되도록 하는 핵심 동력”이라면서 “초부유층이 우리 정치 시스템에 어떻게 지나치게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점점 더 많은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경영진과 평직원 간 보수 격차는 생산성이 낮은 소매업종에서 특히 심하고, 평직원들의 성과가 중요한 엔비디아 같은 첨단 기술 업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엔비디아의 경우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보수 격차 비율이 166대1 수준이다.
지난해 젠슨 황 CEO는 모두 4990만달러를 받았고, 직원 급여 중앙값은 30만1233달러였다.
한편 경영진에 따라 기업 성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주주들은 경영진에 대한 후한 보수에 긍정적이다.
ISS-코퍼레이트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 보수 패키지에 대해 주주들은 지난 5년간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지지율 중앙값은 지난 5년 간 92.4~92.6%에 이르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대규모 신규 보수 패키지가 발표된 4일 테슬라 주가는 2.2% 뛰었고, 이후 상승 흐름을 타면서 1주일 뒤인 12일까지 7거래일 동안 12.6% 급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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