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속도'보다는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검찰개혁을 주문했다.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개혁 입법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민감하고 핵심적인 쟁점 사안의 경우, 국민께 충분히 내용을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공론화 대상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검찰개혁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청래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석 전 검찰개혁 완수'를 목표로 입법 속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제동을 건 것.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론화 주문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곧바로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 간, 정당 간에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부연도 했다.
같은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통령의 공론화 지시와 관련해 "정확하고, 확실한, 섬세한 개혁을 주문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의 숙명과도 같은 개혁 업무다. 정치 검찰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대통령의 검찰개혁"이라면서도 "땜질 식으로 여러 번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한 번 하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속도보다는 완성도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이같은 메시지는 검찰개혁 입법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는 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입법에 대해 "완벽한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한참 걸릴 것"이라면서도 "국회에서 하면 저야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공론화 지시는 사실상 국회 입법에도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대원칙에는 대통령실도 당과 이견이 없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무작정 검찰의 수사권을 이관할 경우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금융범죄 등 지능형 범죄 수사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재판 장기화도 불가피하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의 기류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검·경은 물론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완성도 있는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입법의 키를 쥐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한 입법 속도전에도 조정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당장 속도조절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의 메시지는 속도조절이 아니다"라며 "개혁 입법 조치를 완료했을 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가장 큰 본질이고 큰 얼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 "어디까지 했을 때 검찰개혁 법안을 완성한 것이냐는 해석의 정도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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