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병원비 월 400만원" 20대 딸, 출산 후 식물인간 됐는데... 7년 의료소송서 패소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0 11:15

수정 2025.08.20 11:15

본문 내용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본문 내용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내 딸, 내 사위, 내 손자 좀 도와주세요..."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7년째 병원에 머무르고 있는 딸을 살려달라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곧 나아질 것" 진료 없이 떠난 의사.. 결국 청색증으로 의식 잃어

A씨의 딸은 대학 졸업 후 8년간 사귀었던 남성과 결혼해 26살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출산 당일 새벽, A씨는 사위로부터 "아내가 위험하다. 오늘 밤이 고비"라는 급박한 연락을 받았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딸은 "숨이 차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사위가 간호사를 호출했고, 간호사는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좀 해라"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숨이 차는 증상은 계속됐다. 의사에게도 알렸으나 "곧 나아질 것"이라며 진료 없이 자리를 떠났다. 결국 딸은 청색증을 보이면서 의식을 잃었다. 이후 더 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조치가 늦어져 뇌 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CCTV 삭제됐다" 의료기록도 병원측에 유리

한순간에 딸을 잃은 A씨 가족들은 병원 측에 폐쇄회로(CC)TV와 의료 기록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우리 잘못 없다"면서 "CCTV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의료 기록에도 병원 측의 유리한 내용밖에 없었다.

A씨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병원과 7년간의 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그는 "손자가 엄마를 못 봤으니까 할머니를 보고 '엄마' 하면서 쫓아다녔다. 손자가 커가면서 할머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는 '사고 나면 엄마처럼 된다'며 할머니를 못 나가게 했다"고 토로했다.

손자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A씨는 택시 운전과 경비 일을 병행했다. 아내 역시 틈날 때마다 식당 주방 일을 하고, 전단을 나눠주며 돈을 벌었다.

A씨는 "손자를 데리고 딸 병문안에 가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딸이 아들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며 가슴 아파했다.

특히 그는 "사위는 딸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만 하고 있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고 막노동부터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일을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라고 막막한 상황을 전했다.

병원비 400만원... 생계 막막한데, 소송비용까지 떠안아

이어 "딸의 병원비는 간병비까지 포함해서 한 달에 300만~400만원 정도다. 결국 모아둔 돈이 모두 바닥 나 대출까지 끌어다 썼다"라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의료 소송에서도 패소,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A씨는 "소송 비용 안에는 손자도 포함돼 있다. 딸에게 어떤 책임을 묻는 건 이제 포기했지만, 6살짜리 손자에게도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노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소송 비용은 소송을 참가한 당사자들에게만 내라고 하는 게 원칙이다.
병상에 있는 딸도 원고로 돼 있고, 손자도 엄마가 다쳐서 정신적 손해를 입고 있다는 식으로 원고로 함께 들어가 있는 것 같다"며 "당연히 손자에 대한 집행은 불가능하다. 의료 사고로 인한 피해의 경우 정책적 차원에서 일정 부분 보조해 줘야 한다.
당사자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