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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모욕한 김여정에 맞대응 피한 정부..北 "천치, 개꿈, 위인 아냐" 조롱 쏟아내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0 11:06

수정 2025.08.20 11:17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모욕적인 담화를 쏟아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며 노골적인 모욕을 퍼부었다. 또한 김여정은 "그들도 저들이 바라는 조한(朝韓)관계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천치일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통령을 사실상 '천치'에 빗대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김 부부장은 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실명도 일일이 거론하며 비난했다.



20일 대통령실은 김 부부장의 과격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며 밝혔다. 통일부도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실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여정의 이날 담화가 국제 정세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평화정책이 한일·한미·한중 정상회담, 유엔총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통해 확산될 가능성을 두려워해 비판의 수위를 점차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나 북미 대화 재개가 북한 대남정책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 교수는 아울러 "이재명 정부는 북한의 막말이나 조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화정책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야 한다"며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통령의 구상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북전단·확성기 중단 조치나 9·19 군사합의 단계적 복원은 북한으로부터 결국 높은 평가를 받으며 대남 적대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가 더 이상의 인내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북 대응전략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김여정이 이 대통령을 사실상 '천치'에 빗대는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선을 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 시기에도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단순한 대북 메시지 발신을 넘어선 정치·경제 체제 간 이질성, 군사적 적대 관계, 한·미·일 대북공조와 미·중 갈등, 그리고 국내 여야 분열 등 복합적 요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 부소장은 "한국이 북한이 결코 수용하지 않을 '비핵화' 요구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거부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대화에 나서자고 한다면 북한이 응할 리 없다"며 북한의 천치 발언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정책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근본적으로 대전략 부재 때문이었다"며 "이재명 정부가 동일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북정책은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9일 강원도 평창 진부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9일 강원도 평창 진부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