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임진강역에서 집회를 연 뒤 통일대교 남단까지 행진했다.
고령인 안씨는 건강 문제로 차량에 탑승해 대열과 함께 이동했으며, 약 80분 뒤 교량과 약 200m 거리인 통일대교 남단에 도착했다. 안씨는 차량에서 내려 추진단 공동단장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목사와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대표의 도움을 받아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이날 11시 40분께 통일대교 남단 검문소에 도착했으나 사전 허가가 없이 진입했다는 이유로 군 당국의 경고와 제지를 받았다. 통일대교부터는 민간인통제선이어서 군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으며 특히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는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 진입할 수 있다.
무단 진입 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후 약 10분 만에 돌아선 안씨는 인공기를 들고 다시 돌아왔지만 건강 악화 이유로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씨는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6·25전쟁 때 북한군에 입대한 뒤 북한군에 입대한 뒤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비전향장기수의 북 송환은 2000년 1차 송환 이후 25년간 없었다.
이날 북한 입국을 시도한 안씨외에도 고령의 비전향장기수 5명이 추가로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정부가 승인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북송 요청자 6명중 5명이 모두 90세 이상이며, 1명은 80세다. 통일부는 이들 비전향장기수들의 북송을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유엔사의 승인이 나오지 않으면 일방적인 북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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