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패션

'북한이냐, 남한이냐'..무시당하던 K패션, 위상 완전히 달라졌다 [현장]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1 06:00

수정 2025.08.21 06:00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패션협회 '트렌드 페어'에서 바이어들과 브랜드 관계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패션협회 '트렌드 페어'에서 바이어들과 브랜드 관계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성래은 한국패션협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트렌드 페어' 행사장을 업계 관계자들과 둘러보고 있다. 한국패션협회 제공
성래은 한국패션협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트렌드 페어' 행사장을 업계 관계자들과 둘러보고 있다. 한국패션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에 홍콩에서 연 팝업스토어 반응이 좋아서 바이어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이혜연 에핑글러 대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2층 더플라츠. 털부츠와 독특한 패턴의 옷들이 걸려 있는 에핑글러 부스 앞에 일본 바이어들이 줄지어 설명을 듣고 있었다. 브랜드 소개를 옮기는 통역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패션업계의 대형 행사인 트렌드페어에 처음 참여한 에핑글러는 2019년 설립된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자사몰을 중심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편집숍 비이커를 비롯해 한섬몰, W컨셉, 29CM 등에 입점해 있다.

국내를 넘어 일본, 홍콩, 중국을 비롯해 유럽, 북미 시장에서도 반응을 얻고 있다. 이혜연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브랜드 특유의 컬러와 감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 기회를 잘 살려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하는 '2025 트렌드페어'가 이날 개막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B2B(기업간 거래) 전시회로, 올해 여성복·남성복·유니섹스·액세서리 등 80여개 신진 브랜드가 참여했다.

최근 K뷰티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K패션의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일본 대표 편집숍인 빔즈(BEAMS)·쉽스(SHIPS)·유나이티드애로우즈(UNITED ARROWS), 인도 최대 온라인 플랫폼 민트라(Myntra), 중국 패션 유통 관계자 등 글로벌 바이어들이 대거 방한해 국내 브랜드와 협업 및 수주 상담을 진행했다. 지난해는 약 43억원의 수주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행사 기간 동안 브랜드 연합 패션쇼, 1대1 바이어 매칭 상담, 트렌드 세미나 등 신진 브랜드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이날 오후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K패션의 위상 변화 진단과 함께 신진 브랜드를 위한 조언이 이어졌다. 서울 명동에서 글로벌 브랜드 중심의 편집숍을 운영하는 오인찬 에이트디비전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 브랜드가 해외에 나가면 '노스코리아(북한)냐, 사우스코리아(남한)냐', '카피(copy) 브랜드 아니냐'는 무시당하기 일쑤였지만, 요즘 프랑스 파리에 가면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체감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강력한 타이틀이 됐고, 지금이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2013년 일찌감치 미국·영국 시장에 진출한 이스트로그를 운영하는 프레이트 이동기 대표도 "15년 넘게 브랜드를 이어오면서 늘 생존을 고민했다"며 "지금은 적은 SKU(Stock Keeping Unit·재고 관리 단위)와 컬러웨이만으로도 무신사, 29CM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뾰족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욕심을 부리기보다 자신이 설정한 영역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을 둘러 본 성래은 한국패션협회 회장(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은 "트렌드페어는 K패션 신진 브랜드와 글로벌 바이어를 직접 연결하는 대표 전시회"라며 "이를 통해 K패션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고 수출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프리뷰 인 서울(PIS) 2025' 행사에 참석한 최병오 섬산련 회장(패션그룹 형지 회장)도 트렌드 페어를 함께 둘러봤다.
최 회장은 취재진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창의적인 감각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크다"며 "앞으로 K패션이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