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꿀벌 폐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꿀벌응애'를 지목하고 있다. 꿀벌응애는 꿀벌 몸에 기생해 체액을 빨아먹으며 성장을 방해하고 폐사에 이르게 하는 해충이다. 여러 바이러스를 매개해 꿀벌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리 찾아내 대응하면 좋겠으나 꿀벌응애는 크기가 작고 보호색을 띠는 데다 벌집 속 깊은 곳에 숨어 살기에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 기후변화, 약제 저항성 꿀벌응애의 등장으로 꿀벌 보호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강원대학교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의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 '비전(BeeSion)'을 개발했다. 벌집을 촬영하면 단 30초 내로 꿀벌응애 감염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한다. 이 장치는 그동안 경험에만 의존하던 양봉 현장에 데이터와 AI를 접목한 첫 사례다. 무엇보다도 고령자, 초보자 등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면서도 분석 정확도가 무려 97.8%이다.
'비전'이 꿀벌응애만 검출하는 것은 아니다. 백묵병, 날개 기형 꿀벌, 비정상 애벌레 등 16가지 주요 이상 증상과 유충의 생육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꿀벌응애 감염 수준에 따라 '관찰 주기 확대' '방제 권고' 등 맞춤형 관리지침도 함께 제공해 과도한 약제 사용도 막는다. 150통 규모의 양봉농가에서 '비전'을 이용한다면 연간 약 860만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벌무리의 건강을 지켜보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꿀벌응애 방제 약제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득이다.
한국인공지능협회는 '비전'이 AI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스마트 양봉 성공 사례라고 평하기도 했다. 장치가 축적하는 영상·검출 데이터를 활용하면 지역·국가 단위 응애 발생 지도 작성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꿀벌 질병 예찰 시스템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 눈으로 놓치기 쉬운 작은 문제점도 감지하는 AI 기술이 양봉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건강한 꿀벌이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하도록 농업 빅데이터와 연계되는 스마트 양봉이 속히 뿌리 내리길 바란다.
방혜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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