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케데헌’ 흥행의 이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0 18:14

수정 2025.08.20 18:14

구자윤 정보미디어부 차장
구자윤 정보미디어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감독,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들과 만나 K팝 산업의 미래를 논의했다고 한다. 정부가 K콘텐츠 산업 육성을 주요 성장전략으로 발표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이 K콘텐츠 흥행의 중심인 '케데헌' 주역들과 직접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 대통령과 정부는 '케데헌' 흥행의 이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데헌' 지식재산권(IP) 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넷플릭스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줄곧 적자를 감수해온 티빙과 웨이브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국가대표 OTT를 만들겠다며 양사 간 합병을 추진 중이다.

통합을 통해 불필요한 마케팅과 소모적인 비용은 줄이고 콘텐츠 투자는 확대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티빙의 2대 주주인 KT가 기존 유료방송 사업과의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합병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합병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사이 K-IP의 넷플릭스 종속화는 심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대신 해당 콘텐츠의 IP를 독점 소유하는 '바이아웃'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제작비 상승을 불러왔다.

K드라마 제작 편수는 2019년 120편에서 2023년 78편으로 35% 급감했으나 이 기간 평균 제작비는 4배 이상 뛰었다. 제작사는 제작비 충당을 위해 넷플릭스에 의존하고 한국 방송사·OTT는 좋은 작품을 놓치면서 IP 확보에 실패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K콘텐츠가 흥행이라는데 정작 한국 기업은 세계 IP 시장 상위 50 기업에 단 1곳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물론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한다고 해서 넷플릭스만큼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규모의 경제, 비용 효율화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지금보다는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넷플릭스의 독과점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은 축소되고 K콘텐츠 생태계는 IP 소유권이나 수익배분 문제 등에서 넷플릭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K-OTT는 단순히 국내 기업의 생존 문제가 아닌 소비자 권익, 문화 주권,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 필수 플랫폼이다.
따라서 정부가 양사 간의 합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solidkj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