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피해 규모만 1만6833건
SNS 익숙한 젊은층 가장 취약
불법촬영물 유포 불안이 최다
"사설업체에 삭제·차단 의존
정부차원 지원 체계 마련해야"
SNS 익숙한 젊은층 가장 취약
불법촬영물 유포 불안이 최다
"사설업체에 삭제·차단 의존
정부차원 지원 체계 마련해야"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10·20대가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불법촬영 이후의 심리적 피해·불안도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어 우려가 증폭된다.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처벌을 강화하는 등 피해자 중심의 법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집계한 '연령대별 디지털 성범죄 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건수는 1만683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 1만4565건보다 15.6% 증가한 수치다.
최근 2년간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건수(3만1398건) 중 가장 피해가 심각한 연령대는 20대(1만5122건)로, 48.2% 비중을 차지했다. 10대(8961건)는 28.5%로 뒤를 이었다. 10대와 20대 합계는 총 2만4083건으로 전체의 76.7%에 달한다.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보편화된 10·20세대의 경우 오프라인 관계가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불법촬영 피해 또는 성적 영상물 유포에 대한 불안을 겪는 '유포 불안'이 지난해 4358건(25.9%)로 2023년(4566건)에 이어 가장 많았다. 피해자가 즉시 인지하기 어려운 불법촬영·유포 범죄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유포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피해 발생 시 국가의 공식 지원 체계 안에서 삭제·차단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 구축 △청소년·청년층의 온라인 이용 행태 자체에 대한 근본 인식 개선 등이 우선 해결해야 할 대책으로 거론된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현재 국가에서 삭제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 한계 탓에 피해자가 사설 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국가 차원의 예산 확충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가해자 중심의 법정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촬영 도구를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허락 없이 찍거나, 이를 유포·판매·대여·공개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그러나 범행이 법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되거나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이 제한된다면, 경찰 단계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지 않거나 검찰 단계에서 법원으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설령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1심에서 기소 유예가 이뤄지기도 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법이 만들어져 있어도 피해자가 체감할 만큼 가해자가 온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피해자들은 유포 불안에 계속 떨 수밖에 없다"며 "법이 가해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가 이를 확실히 뒷받침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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