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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론 태양광, 땅에선 지열… "관리비 1만원대로 살아요"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0 18:21

수정 2025.08.20 18:21

'에너지효율 1+++' 아파트 탄생
'SH표' 서울 강동구 고덕온빛채
제로에너지 건축물 3등급 취득
2030년 의무적용보다 5년 앞서
"냉난방비 절감" 입주민 만족 높아
20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고덕온빛채 아파트 외관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
20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고덕온빛채 아파트 외관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
205동 지하 기계실에 위치한 지열히트펌프. 단지에 모인 열 에너지를 냉난방으로 바꿔 각 세대에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최가영 기자
205동 지하 기계실에 위치한 지열히트펌프. 단지에 모인 열 에너지를 냉난방으로 바꿔 각 세대에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최가영 기자
국내 최초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1+++) 아파트가 올해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했다. 에너지 자립률이 60% 이상에 달하는 이 단지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조성한 '고덕온빛채 제로 에너지 아파트'다.

20일 방문한 고덕온빛채는 서울 강동구 강일동 일대 조성된 지하 2층~지상 18층, 총 697가구 규모 아파트다. 청년, 노인,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행복주택과 국민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됐다.

이 단지는 500세대 이상 중·고층 규모 공동주택으로는 국내 첫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3등급 인증을 취득했다.

ZEB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건물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고,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건축물 에너지 부하를 줄인 건축물을 의미한다. 3등급 인증은 에너지 자립율이 60~80% 이내 고효율 건축물인 경우 받을 수 있다.

SH는 에너지 자립 및 복지를 실현하는 미래 지향적 에너지 제로 주거 단지 실현을 목적으로 서울시의 저탄소·저에너지 시범 단지 조성 방안에 따라 아파트 조성을 추진했다. 2030년부터 공공건축물에 대해 ZEB 3등급 적용이 의무화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5년 앞서나간 셈이다.

고덕온빛채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주로 태양광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아파트 벽면에는 창문 수보다 많은 수의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으며 이외에도 옥상, 벤치, 놀이터 조명 등에도 패널이 설치돼 태양광을 수집한다. 태양광은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조명 등으로 사용된다.

지반에 모이는 지열은 지열히트펌프를 통해 냉난방으로 바뀌어 공급된다. 여름에는 18도, 겨울에는 40도 온도로 각 세대에 전달되며, 세대에서는 에어컨과 같은 역할을 하는 팬코일유닛(FCU)이 개별난방 형태로 설치돼 있어 온도를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내외단열 시스템, 로이 삼중 유리 및 블라인드 결합형 삼중 시스템 창호, 옥상 파라펫 열교 차단재 등을 적용했다. 단지 내에는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BEMS도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하루동안 아파트에서 모아두는 자연에너지의 양은 최대 500㎾다. 단지 내 운영 중인 제로에너지 홍보관 관계자는 "모아둔 에너지가 남으면 오히려 소진하는 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하루에 소진할 수 있는 양만큼만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월 전기 및 냉난방 비용(전용 39㎡ 기준)을 약 2만2000원, 일반 공동주택 대비 34%씩 절감하고 있다.
70대 입주자 김씨는 "이전에 거주하던 천호동 반지하에서는 가스비, 전기세를 빼고도 월 4만원씩 관리비를 냈는데 여기서는 모두 포함해 1만원대가 나왔다"면서 "동 배치가 잘 되어 있어 쾌적하고 창밖 풍경도 좋아서 거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SH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제로에너지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황상하 SH공사 사장은 "미래 지향적 에너지 제로, 탄소 제로 공동주택 단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쾌적하고 편안한 주거 환경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