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일정상회담 앞서 유화 메시지
일본은 진전된 내용의 화답 내놓길
일본은 진전된 내용의 화답 내놓길
우리나라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한일 외교 관계에서 큰 변곡점을 거쳤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을 두고 한일 간 시각차가 컸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우리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본 측에 상당한 양보를 했던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 윤석열 정부의 2023년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이 대표적이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감내하며 내린 결단이었다. 이 대통령도 지난 정부가 밟아온 한일 관계 복원을 승계하겠다는 의사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성의에 비해 일본의 화답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함도 관련 약속 불이행이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알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 관계를 과거의 불편한 관계로 되돌릴 수 없다.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공동대응해야 하는 게 첫째 이유다. 경제적으로도 성장률 정체라는 공통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양국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다. 과거사에 얽매여 있다가는 협력의 기회와 효과를 잃게 된다. 한일 관계는 이제 정상화를 넘어 새로운 차원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일 관계의 미래는 일본의 화답에 달린 셈이다.
23일 열릴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격상시키는 첫 발걸음이 되어야 한다.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양국이 내놓기 바란다. 새 선언이 나온다고 해도 겉으로 현란하기만 하고 실속은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다면 의미 없다. 실질적 협력과 신뢰 구축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언급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 때 우리 측이 먼저 양보했고, 이 대통령도 양국 관계의 단절이 아닌 협력과 화해의 의사표명을 한 만큼 일본은 남은 절반의 잔을 채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양국 간 신뢰가 한층 더 쌓이면 경제·안보·문화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맞이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던진 유화적 메시지에 일본이 더 진전된 관계 개선책으로 화답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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