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주고 지분 10% 받는 인텔 식
대통령실 "사실무근", 진의 파악해야
대통령실 "사실무근", 진의 파악해야
칩스법의 보조금은 아시아에 빼앗긴 반도체 패권을 회복하고 무너진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바이든 정부가 강력히 밀어붙여 성사된 프로젝트다.
인텔은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제조회사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경영난으로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지에서 제조 기반도 탄탄하지 못해 미국 반도체 부흥의 주역을 맡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미국이 메모리반도체 세계 최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세계 파운드리(위탁제조) 1위 대만의 TSMC를 끌어들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인텔에 보조금을 주고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자국 기업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이겠지만, 보조금으로 유치한 외국 기업에 지분 청구서를 내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칩스법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인텔 방식을 해외 기업에도 같이 적용하면 삼성전자는 1.5%, SK하이닉스는 0.3%, TSMC는 0.5%를 미국 정부에 내줘야 한다. 삼성과 TSMC는 한국과 대만의 대표 기업이다. 미국 정부의 지분은 기업 이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니 보조금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공장을 짓고 받기로 한 보조금은 47억5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다.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인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달러(약 6400억원)를 받기로 했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300%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투자한 기업에는 지분을 요구하고, 투자하지 않은 기업에는 관세를 물리겠다니 기가 찬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사실 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긴 힘들다는 점에서 정부는 흘려듣지 말고 진의부터 파악해야 한다. 칩스법의 보조금은 정부 간 합의가 뒷받침된 사안이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민간이 합심해 최선의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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