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4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 컨트리클럽.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FR 마지막 18번 홀(파5) 그린 위에서 모든 이들의 시선은 한 선수의 퍼터 끝을 따라갔다.
김민솔의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이 걸린 순간, 그의 앞에는 10.5m의 긴 이글 퍼트가 남아 있었다. 숨을 죽인 갤러리 앞에서 볼은 천천히 홀컵을 향해 굴러갔고,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손을 번쩍 치켜든 김민솔은 곧장 눈시울을 붉혔다. 추천 선수로 참가한 2006년생 무명의 선수가 KLPGA 무대에서 거대한 반란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드림투어(2부 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상금 1위에 오른 김민솔은 정규투어 입성을 눈앞에 둔 신예였다. 이번 대회는 추천 선수 자격으로 나선 무대. 대회 전만 해도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 2위 노승희를 1타 차로 따돌리며 정상에 올랐다.
KLPGA 투어에서 추천 또는 초청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 2022년 김아림 이후 약 3년 만, 추천 선수로는 2019년 유해란 이후 6년 만의 진기록이다. 흔히 '반짝 돌풍'으로 치부되는 사례지만, 김민솔의 이번 우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대회 나흘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김민솔의 우승 동력은 18번 홀이었다. 김민솔은 나흘간 18번 홀에서 이글 2개, 버디 2개를 기록하며 우승의 발판을 다졌다. 18번 홀에서만 무려 6타를 줄인 셈이다.
김민솔은 1라운드부터 18번 홀을 9m짜리 이글로 기세를 올리며, 대회 나흘 내내 흔들림 없는 리더보드 상단을 지켰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위기도 있었다. 15번 홀까지 1타를 잃으며 선두권에서 밀려난 순간, 많은 이들이 '역시 경험 부족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16번 홀 6.6m 버디, 17번 홀 4.2m 버디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복귀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에서의 10.5m 이글 퍼트는 단순한 승부의 분수령이 아니라 KLPGA 신예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민솔은 아마추어 시절 이미 '대형 유망주'로 불렸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송암배, 블루암배 등 주요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은메달, 세계 아마추어팀 선수권 금메달을 이끈 주역이었다. 178cm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샷은 국제 무대에서도 통용이 가능했다.
지난해 프로 전향 후 정규투어 직행이 당연시됐지만, 시드전에서 예상 밖의 83위에 그치며 드림투어로 밀려났다. 당장 정규투어에 입성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이변'으로 불릴 정도였다. 충격 탓인지 김민솔은 슬럼프에 빠졌고, 방황했다. 그러나 올해 드림투어 4승을 쓸어 담으며 스스로를 증명했고, 결국 추천 선수 자격으로 기회를 움켜쥐자 단숨에 정규투어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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