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석화기업 자구책 한계… 정부 지원 병행을"

박신영 기자,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4 18:27

수정 2025.08.24 18:35

정부 3~4년 내로 구조조정 추진
정유·석화 '수직계열화' 검토도
업계 "실현 가능성 낮다" 부정적
"금융·세제지원 정책 뒷받침돼야"
"석화기업 자구책 한계… 정부 지원 병행을"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전환을 추진하며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 수직계열화 방안에 대해선 수익성 저하와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정유산업 역시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 없이는 수직적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석유화학 산업재편 간담회에서 "일본은 10년에 걸쳐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우리는 3~4년 안에 끝내야 한다"며 산업계의 자구 노력과 대주주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시장성 차입금 14조원, 외화증권 2조원 등 대규모 부채에 대해서도 기업이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업계 자율로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25%(약 370만t)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산업 구조상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실질적인 이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 중인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공장 가동 중단 △노후 설비 폐쇄 △정유·석유화학 간 수직계열화 등이다. 이 가운데 수직계열화는 정유사가 생산한 납사(나프타)를 석유화학사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생산 효율을 높이자는 전략이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 역시 정제마진 악화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납사(나프타)를 수출해도 물량 처리가 가능한 만큼 석화사를 인수해 수직통합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업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한 점도 수직계열화 추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흐름 속 정유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석유화학 부문까지 떠안는 것은 수익성·재무부담·투자매력 측면에서 복합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원유에서 화학물질로(C2C)' 전략을 앞세워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원유를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으로 직접 전환하는 TC2C 방식으로, 오는 2030년까지 하루 4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수직계열화를 논의 중이나 가격 산정 문제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화 부문을 축소하는 방향의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 중이며 GS칼텍스는 대주주 쉐브론(지분 50%)과의 협의가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구노력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구조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세제·투자 인센티브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산업 연쇄 충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는 설명이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감축 순서를 정하기는 어렵고 서로 눈치만 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는 목표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 실행 경로와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