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일당백’ 베트남 대사관… 국익에 도움될까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4 19:10

수정 2025.08.24 19:10

김준석 동남아본부 특파원
김준석 동남아본부 특파원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아마 한국대사관의 상무관 아닐까요?"

공공기관 관계자, 공기업 관계자, 기업 관계자 등 소속을 막론하고 하노이에서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 진출기업 대부분이 전자·에너지·화학 등 제조업에 집중돼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 최근 베트남 정부가 '원전 시대'를 천명하면서 대사관에서 단 한명뿐인 상무관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올해 초 진출기업이 1만개를 돌파하면서 우리 진출기업과 베트남 정부의 가교가 되는 주재관과 경제외교 담당자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 대비 담당 인력이 너무도 부족해 관(官) 주도인 베트남 경제 체제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돌발이슈 대응이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베 양국 정상이 '2030년까지 베트남과의 교역 1500억달러 시대'를 천명하며 상무관보 직위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만약 이게 힘들다면 원전과 북남 고속철 등 대형 수주사업이 걸린 부처에서 일시적이라도 인력 파견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까지 나오고 있다.



대사관의 인력 부족 문제는 영사 분야에서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을 찾은 한국 여행객은 457만명으로 매년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에 더해 교민이 2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인력은 단 3명뿐이다.

다른 국가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여행객과 교민 규모를 고려했을 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지의 목소리다. 특히 여행객 사고를 비롯해 마약·도박, 한인 대상 범죄, 국외도피 사범 검거 등 사고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현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경찰 주재관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정상회담을 두고 한·베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렵게 맺은 양국 관계가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에서 오간 선언과 양해각서(MOU)만으로는 부족하다.
베트남 주재 공관의 '현장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류 확대와 대형 수주사업에 걸맞은 인력 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주 참외에서 K9 자주포까지 어렵게 구축한 양국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금세 흔들릴 수 있다.
중국, 일본, 프랑스 등 경쟁국들이 공관 인력을 확충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상황에서 '일당백'을 해내야 하는 우리 공관의 현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동남아본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