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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7년 만의 한일 공동발표문, 실질협력으로 잇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4 19:10

수정 2025.08.24 19:10

양국 정상회담 "미래산업 협력 확대"
한미 회담도 국익 우선으로 당당히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한일 정상회담 후 문서로 합의사항을 발표한 것은 17년 만이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파트너인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환경 변화와 새로운 통상질서를 고려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 등 여러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한 정상회담의 성과는 자못 크다. 광복 후 80년, 한일 국교정상화 후 60년이 흐른 지금 양국은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놓고 다툴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과 북러 밀착과 같은 안보적 문제와 미국의 관세 부과 등 공통된 과제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안보와 경제의 분리 대응과 실용주의 외교는 양국 모두에 해당된다. 안보 측면에서 한미일 협력은 강화해야 하겠지만, 통상 문제에서는 적과 우방의 구별이 없어져 한일 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에 힘을 합쳐 대응할 필요가 커졌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결과적으로 양국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아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대항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한일 정상이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의 협력 확대를 약속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두 나라는 저성장과 저출산, 인구집중 등 공통된 사회적 문제를 갖고 있어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공유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협력 강화를 위해 잠시라도 논의를 미루자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협상의 남은 문제를 논의하고 안보 협력도 의제에 오를 것이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철저히 국익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놓고 현안을 협의해야 할 것이다.

안보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다시 다짐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와 미군 재배치 등을 놓고는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는 당당한 정상외교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특히 관세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쇠고기 등 농산물 수입에 관해 딴소리를 할 수 있다. 단호히 선을 그어 부당한 요구를 차단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확약받는 것이 이번 회담의 목표가 돼야 한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미국 상호관세 부과의 여파는 이미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여기서 얼토당토않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미일 순방외교는 그래서 어느 정상외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