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법으로 사람들을 밀반입했다는 검찰의 혐의를 인정해 미국 감옥서 복역한 뒤 코스타리카로 가 합법적 이민자로 살 것인가, 계속 무죄를 주장해서 즉시 우간다로 추방될 것인가를 72시간 안에 선택하라는 이메일이었다.
아브레고 가르시아(30)는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풀 가동시킨 불법체류자 100만 명 즉시 추방 캠페인이 저지른 '부조리극 같은 행정 참사'의 상징인 된 미 합법 거주의 비 미국인이다. 영주권자도 아니고 시민권자도 아니지만 불법 체류자는 아니다.
앞서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22일(금) 테네시주 감옥에서 석방되어 3월 중순 귀가길에 이민 당국에 끌려간 뒤 처음으로 메릴랜드주 집에 들어와 가족들을 봤다.
엘살바도르에서 열다섯 살 때 미국에 불법 입국했으나 이민 법원으로부터 어엿하게 합법적 체류 자격을 받았던 가르시아는 불체자 체포 건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트럼프 이민 당국에 붙잡혀 말 한 마디 못하고 무서운 엘살바도르의 세카트 감옥으로 추방되었다.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시도자가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것은 일견 합당한 듯 보이지만 가르시아는 시민권자 아내를 둔 합법 체류자였으며 중죄 전과자 중에서도 악명의 베네수엘라 갱단원만이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추방되는데 가르시아는 그런 전력이 없었다.
이런 '잘못'을 법무부의 중간 간부가 인정한 데서부터 독재국가 혹은 3류 바나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트럼프 이민 당국의 '무자비 체포와 묻지마 추방' 작업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트럭 배달부로 '아무것도 아닌' 가르시아의 추방 단 1건에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100만 추방 모두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 된다고 보고 법무부는 물론 트럼프까지 나서 정당화 공세에 나섰다.
여기서 가르시아의 제2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가르시아는 비 미국인일뿐더러 미국에 해를 끼치는 범죄 전력이 있어 미국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자"로 만드는 작업이 지금까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석방 몇 시간 후의 법무부 이메일이 그 최신판이다.
양심있는 법무부 중간 간부에 이어 연방법원의 여러 지법 판사들이 트럼프 정부의 이민 '빌런' 행위를 막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했다.
법무부의 행정 잘못에다 가르시아는 엘살바도르의 험악한 갱단의 위협에 못견뎌 미국으로 입국했던 만큼 엘살바도르로 보내서는 더구나 안 된다면서 판사들은 가르시아를 즉시 미국으로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이에 트럼프는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직접 백악관으로 불러 만난 뒤 언론에 "알아봤더니 그 대통령도 테러 관련 법률 때문에 함부로 가르시아를 석방할 수 없다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얼마 후 법무부는 "알고봤더니 가르시아는 엘살바도르 추방감인 갱단원 출신이더라"고 언론에 흘렸다.
미국 대통령의 힘으로도 미국에 데려오기 어렵다던 가르시아는 미 시민단체와 연방 판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6월 미국 땅을 다시 밟았으나 집 대신 테네시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테네시주 연방 판사도 가르시아의 석방을 명령했으나 변호사들은 석방되는 즉시 법무부가 이 비 미국인을 불법 체류자로 붙잡아 추방할 것으로 보고 그대로 감옥에 있으라고 조언했다.
가르시아 석방이 임박하자 팸 본디 법무장관은 "꼭 미국에서 쫓아내고 말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법무부는 "우리의 인신매매(불법입국자 밀반입) 혐의를 인정해서 미국 감옥서 몇 년 살고 코스타리카로 이민가는 길, 아니면 우간다로 즉시 추방되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협박했다.
코스타리카는 가르시아의 고국 엘살바도르 아랫 나라로 가르시아 친척들이 여럿 살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 우간다는 미국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무연고 나라인데 며칠 전 미국 정부의 추방자 수용안을 받아들였다.
가르시아는 법무부의 유죄 인정 회유를 뿌리치고 무죄를 주장한 채 석방되어 메릴랜드로 귀향했다. 몇 시간 뒤에 법무부가 선택지를 내밀면서 월(25일)까지 결정하고 볼티모어 사무실로 오라고 통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어떻게든 가르시아를 범죄자로 만들야 한다. 미국 감옥으로 보내든지 우간다로 추방해서 100만명 추방의 '잘못'을 생생히 증언하는 증거물을 미국에서 치워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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