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력단절' 간호사 20만명 넘어.."근본적 처우 개선 시급"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5 14:04

수정 2025.08.25 14:04

열악한 환경, 신규 간호사 1년 사직률 57%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체계 문제되고 있어
장기 근속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개선 필요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면허 간호사 수가 50만명을 넘어섰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6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경력단절 간호사가 20만명을 돌파하면서 OECD 최저 수준인 활동률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단순한 인력 확충보다 처우와 근무 환경을 개선해 숙련 간호사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방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가 고용노동부 ‘지역별고용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면허 간호사는 53만70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11만명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32만3000여명(61.3%)에 그쳤다.

나머지 20만4000여명은 현장을 떠난 ‘유휴 간호사’로, 2019년 대비 28.3% 증가했다.

특히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전체 면허자의 53.7%에 불과해 OECD 평균 활동률(68.2%)보다 크게 낮았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이탈의 주된 원인으로 △과중한 업무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보상 체계 △경력 단절 후 복귀의 어려움 등을 꼽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OECD 평균보다 2~5배 많아 업무 강도가 극심하다.

이로 인한 번아웃은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3교대·야간 근무에 비해 낮은 임금, 출산·육아 후 복귀의 장벽은 간호사들의 조기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이 57%를 넘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간호계는 유휴 간호사 문제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간호인력지원센터를 통한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야간 근무 수당 인상, 교육전담간호사제 도입, 인권침해 예방 매뉴얼 마련 등이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개정안이 상정돼 인력 배치 개선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단순히 신규 인력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크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다시 현장에 돌아와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교육 및 실습 제공 △시간제·탄력 근무제 도입 △장기 근속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과도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처우를 해소하는 데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적정 인력 배치, 폭언·폭행 방지 시스템 구축, 충분한 휴식 보장 등이 전제돼야 간호사들이 존중받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유휴 간호사 문제 해결은 단순히 인력난 해소 차원을 넘어 국민에게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간호사들이 부담 없이 복귀하고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