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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케데헌 열풍 뜨거운데 한류 정책은 소극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5 18:25

수정 2025.08.25 18:25

북미 극장가 박스 오피스 1위 올라
한류 관광지 한곳 없고 예산도 부족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사진=뉴시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사진=뉴시스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돌풍이 그칠 줄을 모른다. 25일에는 본격적인 극장 개봉을 하기도 전에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3∼24일(현지시간) 북미 극장가에서 약 28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지난 6월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된 이 영화의 인기가 치솟자 이틀 동안 극장에서 특별 상영한 결과다.

한류 돌풍은 우리 국민도 놀랄 정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케데헌의 돌풍은 단지 그 영화만의 작품성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여년 전부터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영화와 음식,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있는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케데헌은 한국의 역사와 명소, 문화유산 등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한곳에 담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세계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한류에 대한 정부의 정책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문화는 우리가 느끼지 못할 어떤 매력이 분명히 있는데도 정부 차원의 육성과 지원은 몹시 미흡했다고 본다. 현재의 한류는 거의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주도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엄청난 자산을 갖고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최소한 한류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한류 인프라가 있어야 하나 궁궐 등의 역사 유적 외에는 거의 없다. 어느 한곳에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전용 단지와 시설 정도는 건립했어야 마땅하나 이뤄진 것이 없다.

20여년 전 경기 고양 일산에 그런 목적으로 만든 것이 '한류 월드'인데 아파트 단지인지 한류 체험장소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체계적인 계획과 목적이 없다 보니 '잡탕 단지'가 되고 만 것이다. 판소리와 민요, 탈춤 등 아직도 알릴 수 있는 우리 문화 콘텐츠는 많다.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한국 문화를 집대성한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엉망이 돼버렸다.

지난해 한류로 인한 수출액이 약 151억달러(약 21조원)라고 한다. 여기에는 관광과 식품 등 소비재도 포함된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훨씬 더 큰 규모로 키울 수 있다.

그러자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예산이 필요한데 국가재정 대비 문화재정은 겨우 1.3%다. 적은 예산에 소극적인 정책으로 한류 확대는 거의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소니픽처스가 만들고 넷플릭스가 서비스한 케데헌은 따지고 보면 우리 작품이 아니다. 원천 지식재산권(IP) 소유권과 2차 수익은 대부분 넷플릭스의 것이 됐다.
우리 것을 우리가 만들지 못한 결과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K콘텐츠를 갖고도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IP 산업화의 지표인 '세계적 라이선서 50' 안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잘못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