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감사위원 분리선출 골자
배임죄 개선 등으로 입법 균형 잡길
배임죄 개선 등으로 입법 균형 잡길
개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을 건전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러한 취지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만 현실과 한참 괴리된 이상론을 법안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두 차례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 현장이 직면할 현실적 파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우리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의사결정 리스크가 걱정된다. 집중투표제는 민주적 절차처럼 보이지만 다수결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나아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기업 자율성을 무력화할 위험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수시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소수 지분을 가진 외부 투기자본이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할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 이익을 좇아 경영권을 뒤흔드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3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동시 반영된다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4%에 달했다고 한다.
상법 개정안이 집권 여당 주도로 통과된 이상 앞으로는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이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를 높이는 부작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입법 흐름도 기업에 대한 규제 위주로 쏠리고 있다. 이에 앞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 논의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제도 마련으로 모아져 균형 있는 입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이번 법안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현실적 보완책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 규모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탄력적 적용방안이 대표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주의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에 한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을 뜻한다. 배임죄의 경우 우리나라가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을 가하고 모호한 구성요건을 갖췄다는 논란이 있다.
자본시장의 건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는 결코 대립되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두 차례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속도를 내면서 자본시장 건전화로 중심이 쏠려 균형을 잃고 있다. 이제라도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위험에 노출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보완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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