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팀장도, 회의도 없지만 그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하루를 보낸다.
22일 상관신문, 환치우왕 등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처럼 요즘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회사 출근 대행 공간'이 조용한 열풍이다.
이 곳은 회사라는 이름이 붙였지만 사실은 ‘공유 오피스’다.
매일 8시간 동안 '출근루틴'을 반복하는 이들의 정체는 다양하다. 대다수는 해고 후 가족에게 알리기 두려운 실직자, 프리랜서,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이다.
쉬이저우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식품업체를 운영하던 중 사업 실패를 겪어 큰 무기력함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밝혔다. 현재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가짜출근'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는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류모씨(27)는 "집에서 일을 하면 쉽게 나태해진다"며 "프리랜서이지만 이 공간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책상 임대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프리랜서에게는 업무 집중과 사회적 교류공간이 되고, 실직자에게는 사회적 낙인을 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가짜출근'은 이들에게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고 중국 매체들은 분석했다.
이런 트렌드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이용자 증가와 함께 편법적인 운영 실태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가짜 인턴증명서 발급', '급여 내역서 조작' 등 불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는 노동계약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출근 대행 공간' 현상을 단순한 사회 현상이나 청년들의 일시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는 고용 불안, 사회적 고립, 자기관리 욕구 등 현 시대 청년들이 짊어지고 있는 불안이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이라고 것이다.
장요랑 중국 인민대 교수는 "이 현상은 경제 구조 문제와 청년 실업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사회적 신호"라며 "젊은 세대가 직업 안정성과 사회적 인정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서 만들어낸 '자기 보호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출근 대행 공간'을 개인의 선택이나 일시적 트렌드로 치부할 것이 아닌 정부와 기관 등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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