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미, 준비됐나요?”
그 한마디에 LA 다저스타디움이 흔들렸다. 그리고 5만여 팬의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방탄소년단(BTS)의 뷔였다. 25일(현지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를 앞둔 다저스타디움. 다저스의 초대장은 야구가 아니라 ‘문화’를 불러왔다. 푸른색 유니폼에 ‘7’번이 새겨진 뷔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스타디움은 야구장이 아니라 공연장이었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서 공을 건네받은 뷔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예의와 존중이 담긴 그 짧은 몸짓은 곧바로 환호로 이어졌다.
왼손 와인드업, 그리고 깔끔한 투구. 그 자체로 완벽한 시구였다. 팬들의 휴대폰 카메라는 연신 셔터를 눌렀고, SNS는 곧바로 “뷔 시구”로 도배됐다.
경기 전, 다저스의 ‘2도류’ 오타니 쇼헤이와 뷔의 짧은 포옹은 또 다른 명장면이었다.야구와 음악, 두 분야의 슈퍼스타가 마주한 그 순간, 다저스타디움은 세계 문화의 교차점이 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보다 더 화려한 조합은 없다”고 평했다.
사실 열기는 경기 전부터 시작됐다. 다저스 구단이 SNS에 “ARMY, 준비됐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뷔의 시구 예고를 올린 순간, 예매 사이트는 마비됐다. 게시물은 단 두 시간 만에 ‘좋아요’ 4만 개, 리트윗 2만6천 건을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불렀다. 다저스가 자랑하는 흥행 카드도 뷔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시구 하나로 스타디움의 분위기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는 28일에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한 손흥민이 같은 무대에서 시구를 한다.
K-팝의 아이콘 뷔, K-축구의 간판 손흥민. 연이어 펼쳐지는 한국 스타들의 등장에 다저스의 8월은 ‘K-문화 특집 시리즈’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날 다저스타디움은 야구가 아닌 ‘문화’로 흔들렸다. 뷔가 마운드에 올랐을 뿐인데, 다저스는 이겼고, K-팝은 또 하나의 홈런을 날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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