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임용에 검사 출신 '역대 최다'
대형로펌, '검찰 출신' 전관 영입 시들
대형로펌, '검찰 출신' 전관 영입 시들
[파이낸셜뉴스] #. 국내 한 대형로펌은 올해 들어 검사 출신 변호사를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 출신 선호도가 떨어진 데다, 여당 주도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당이 추석 전 검찰청 해체·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검찰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사태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로펌이 검찰 고위직을 전관으로 영입하던 관행이 줄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검사 출신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희망하는 검사들도 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추석 전 검찰개혁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은 기소·공소 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개혁 움직임 속 검찰 이탈 현상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발표한 올해 법관 임용 대상자 153명 중 검사 출신은 32명으로, 지난해(14명)보다 2배 이상으로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들의 이탈이 많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조직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탈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수청으로 이동하겠다는 인사들도 다수 확인된다. 차장검사급 고위 검사는 "특수부나 강력부 등 수사에 특화된 검사들이 기소·공소만 담당하기엔 사실상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면서 "당장 나부터 중수청으로 옮겨가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형로펌 취업도 선택지 중 하나다. 그러나 예전보다 쉽지는 않다. 대형로펌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나 유관기관 전문가에 대한 선호도가 검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에 검찰개혁 입법이 추진되면서 검찰 출신을 사실상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올해 10대 대형로펌 대부분은 검사 출신을 한 자릿수 영입한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영입을 하지 않은 로펌도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검찰개혁의 큰 틀은 정해졌지만, 실제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어떤 인력이 필요할지 등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전관 영입도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선 기존에 영입한 검사 출신 변호사들만으로 형사 사건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검찰 전관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대기업 총수 사건 등 기업 관련 수사가 줄면서 수요가 감소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올해 초 대형로펌으로 옮긴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위기 상황에서 전관 영입 자체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올해 초까지 그나마 있던 영입도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을 떠나 대형로펌이 아닌 중견·중소 로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과거에는 10대 로펌 전관이 지인을 끌어들이는 구조였지만, 요즘은 중견·중소 로펌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인력을 유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최은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