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들기, 꼬리물기, 불법 유턴, 버스전용차로 위반, 비긴급 구급차 법규 위반
'5대 반칙 운전' 9월부터 무관용 단속 범칙금 부과 경고한 경찰
'5대 반칙 운전' 9월부터 무관용 단속 범칙금 부과 경고한 경찰
[파이낸셜뉴스] 2년 전 올림픽대로에서 끼어들기를 하다 세 대의 차량이 엉켜 선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차량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삼두견을 빗대 ‘올림픽대로 케르베로스’라 불리며 웃음거리가 됐다. 이처럼 교통 체증과 사고 위험을 높이는 끼어들기 등 5대 반칙 운전에 대해 경찰은 다음달 1일부터 집중단속에 나선다. 하지만 낮은 범칙금 탓에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는 교통법규 위반 억제와 범칙금 개선 방향을 디깅했다.
"교통법규 위반 다 잡아라"... 단속 기술 발달
최근 5년간 고속도로 교통법규 위반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잠시 주춤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4만1537건에서 2021년 17만4122건, 2022년 23만9906건, 2023년 24만1680건으로 늘어났다가 2024년에는 21만8774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위반 행위별로 보면 단속 기술 발달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띠 미착용은 2023년 12만5716건에서 11만2565건으로 크게 줄었는데, 이주용 경기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하이패스 톨게이트의 카메라 화질이 향상되면서 안전띠 미착용 단속이 가능해졌다"며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성능도 개선돼 단속 사례가 늘어나면서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위반도 같은 기간 4881건에서 3894건으로 약 20% 감소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도입된 양방향 무인단속 카메라는 차량의 전후면을 모두 인식할 수 있어, 기존처럼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행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끼어들기·꼬리물기 No!"... 9월부터 반칙운전 집중단속
오는 9월부터는 이른바 '5대 반칙운전'에 대한 무관용 단속이 본격화된다. 경찰은 계도기간을 마치고 현장에서 즉시 범칙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5대 반칙운전은 △끼어들기 △꼬리물기 △새치기(불법) 유턴 △버스전용차로 위반 △비긴급 구급차 법규 위반등이다.
'끼어들기'는 정지·서행 중인 차량 사이로 억지로 진입하는 경우 단속되며, 백색 점선 차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집중단속 구간 2~3㎞ 전부터 하위차로로 미리 이동해야 위반을 피할 수 있다.
'꼬리물기'는 신호가 녹색이라도 교차로 정체로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입하는 행위다. 교차로 전방이 막혀 있으면 정지선에서 대기해야 한다.
'새치기 유턴'은 지정된 유턴 구역이라도 앞 차량의 회전을 방해하면 적발된다. '버스전용차로 위반'은 12인승 이하 승합차가 승차 인원 6명 이상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주행할 때 단속된다.
또 '비긴급 구급차'가 응급환자 이송이나 장기·혈액 운반 등 긴급성이 없는 상황에서 경광등을 켜고 운행할 경우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입건 대상이 된다. 의료 목적 운행이라도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기사에 달린 댓글과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면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없어질 때까지 단속해 달라”, “단속을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 운전 문화를 바꿔야 한다” 등 단속 강화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끼어들기 범칙금이 3만원인데 내고 말면 그만이다”, “위반하는 사람은 계속한다. 범칙금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위반행위에 한국은 6만원, 미국은 30만원?
실제로 한국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 금액은 낮은 편이다. 중앙선 침범 및 앞지르기 방법 위반 행위에 대해 한국은 6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지만, 일본은 9000엔(약 8만5000원)을 부과하고 미국은 238달러(약 33만원)을 부과한다.
과속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 100㎞/h인 고속도로에서 120㎞/h로 달린 경우, 한국은 범칙금이 3만원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만2000엔(약 11만3400원)을, 미국은 367달러(약 50만9300원)을 부과한다.
각 나라의 경제 수준을 고려해도 한국의 처벌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국제 비교를 통한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 수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한속도 위반시 범칙금은 20㎞/h 이하 초과범위에서 미국이 한국 대비 최저 4.2배에서 최대 11.8배"이고 "제한속도 초과범위 21㎞/h 이상인 모든 구간에서는 호주가 최대 22.2배"라고 밝혔다.
교통 범칙금 현실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교통 범칙금은 현실적으로 법규 준수 효과를 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인상 논의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번번이 막혔다. 범칙금은 모든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정액제 제도여서 소득이 낮을수록 체감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인상안이 나올 때마다 “서민 지갑 털기”, “세수 늘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곧바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범칙금 및 과태료 상향을 미루는 것도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최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GDP와 소득 수준이 1995년 이후 약 3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범칙금은 사실상 동결돼 왔다”며 “교통 법규 위반 억제 효과를 내려면 현실적인 수준으로의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교통범칙금 상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도로공사는 연구를 통해 교통 범칙금 인상 효과를 예측하고 어떤 범칙금을 올릴지를 추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구 용역 결과는 범칙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대국민 조사를 거쳐 내년 10월께 나올 전망이다.
'디깅 digging'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땅을 파다 dig]에서 나온 말로, 요즘은 깊이 파고들어 본질에 다가가려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주말의 디깅]은 한가지 이슈를 깊게 파서 주말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계속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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