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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란봉투법 통과에 벌써 대혼란, 경제가 걱정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6 18:18

수정 2025.08.26 18:18

하청 노조들 처우개선 요구 쏟아져
원청 기업들 대책도 없이 전전긍긍
현대제철 비정규적 노동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제공) /사진=뉴스1
현대제철 비정규적 노동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제공) /사진=뉴스1
노란봉투법 통과로 노동 현장에서 벌써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법 시행 시점은 앞으로 6개월 후이지만 원청기업에 대한 하청기업 노조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25일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국회 앞에서 원청인 현대제철에 책임 있는 교섭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법이 통과된 다음 날에 벌어진 첫 집단행동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했다.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업체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또 불법파업 등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기업이 불법행위를 한 노조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있다.

현대제철 사례처럼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처우개선 요구는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에 없던 혼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은 사회 분위기를 바꿔 단체협상 타결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조합원 86.15%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7년 만의 파업이 된다.

노란봉투법의 여파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노조 천국, 파업 천지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기업의 정상적 운영을 어렵게 할 것이고,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한국을 떠나게 할 것이다. 한국에 투자하고 진출하려던 외국 기업들의 발길도 돌려세울 것이다. 결국은 한국 경제의 정체와 퇴보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미 예상됐다. 이 법이 몰고 올 파장을 알고도 밀어붙인 정부와 여당은 파업으로 인해 경제가 파국적 상황에 이를 경우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나라 전체가 시위 천국이 될 것은 법안이 통과된 지 단 하루가 지난 현장의 모습을 보면 명약관화하다.

기업의 경영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 문제가 생긴다. 노동권이 너무 강하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고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양자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외국에도 유사한 입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광범위하고 노조 편향적이지는 않다.

한번 발효된 친노조적 법은 재개정으로 과거로 되돌리기 어렵다. 이 대목이 더 뼈아프다.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혼란상이 극에 이른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파업의 장기화로 원청기업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지면 재하청, 재재하청 기업들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힘이 가장 미약한 기업과 구성원에게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노동계 전체로 보면 노동자에게 반드시 득이 되는 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곧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