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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정상회담 선방, 이제부터 ‘진짜 청구서’ 대비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6 18:19

수정 2025.08.26 18:19

안보·경제 분야 양국간 협력 확인
구체적 실행과정서 불이익 없어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완화한 게 큰 수확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협력을 구축하고, 나아가 향후 상호호혜적 공동이익을 실현하자는 목표를 확인한 점도 의미가 크다.

안보 분야에선 한미동맹의 확고한 재확인과 함께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는 동맹 현대화의 초석을 다졌다는 걸 큰 결실로 꼽을 수 있다. 한미일 3자 협력과 양국 간 동맹 현대화를 기반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에 공동으로 접근한다는 교감도 확인한 자리였다.

경제 분야 역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조선업 협력에 대한 양국 간 의지를 확인했다.

조선업 외에도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서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양국의 협력과 공동이익의 토대를 다진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와 경제 분야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성과는 회담 이후 실행 과정에 달렸다. 경제 분야에서는 투자 실행 시 미국과 한국의 공동이익에 부합되는 식으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국내 투자여력 감소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더구나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는 분야에 우리 기업들이 희생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될 것이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혁신에 기여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보되는 윈윈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구도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해 갈 것인지 지혜가 요구된다. 이 대통령은 '안미경중'(미국과는 안보협력, 중국과는 경제협력) 노선을 더 이상 취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미중 양국이 경쟁과 동시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덧붙이면서 실용외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은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표방하는 우리나라는 미중 강국 사이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확보를 언급한 것도 향후 한미동맹 현대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논쟁거리로 불거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와 경제 분야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협력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다만 관세 합의의 후속 협상과 한미동맹의 현대화 등 한미 간 주요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정상회담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쟁점이 불거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구속력 있는 약속이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진짜 청구서'들이 날아올 수 있다. 우리는 상호호혜적 공동이익이라는 원칙 아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에서는 양국 모두의 이익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안보협력에서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성숙한 동맹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간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