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병철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국 국채가 흔들렸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연준의 독립성 훼손 등으로 장기물 금리는 상승하고 단기물 금리는 하락했다. 장단기 금리차는 3년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2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미국 헌법 제2조와 1913년 개정된 연방준비제도법(연준법)에 따른 나의 권한에 의거해 귀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직위에서 해임되고 이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며 "연준법은 내가 재량으로, 사유가 있을 경우 귀하를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후임자가 금리 인하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단기 금리는 떨어지고 장기 금리는 상승했다. 30년물 금리는 장중 0.06%포인트 뛰며 4.92%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는 0.03%포인트 내린 3.7%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리케 블롬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독립성이 무너지면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치솟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반응은 단순한 완화 기대가 아니라 미국 자산 전반에서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된 것"이라며 "연준 독립성 도전은 달러에 명백한 하방 압력"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0.2% 하락했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9% 이상 떨어졌는데, 트럼프의 무역·재정 정책이 미국 경제 전망과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프레이저 런디 아비바 인베스터스 글로벌 채권 책임자는 "제도적 불안정성과 정치 개입 위험이 커지면 통화는 약세, 국채곡선은 가팔라지고 장기물에는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경고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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