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병철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쿡 리사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즉시 사임하겠다고 밝힌 후 쿡 이사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 후임으로 적절한 인물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연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주식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국채 시장은 요동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쿡, 불법적 해임 시도 맞서 소송
26일(현지시간) 쿡 이사의 변호사인 애비 로웰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는 단지 회부 서한에만 근거하고 있어 사실적·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100% 투명하고 흠결 없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녀(쿡)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쿡을 대체할 '좋은 후보자들'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임자 물색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해임 이유는 며칠 전 제기됐던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협의다. 의혹을 제기한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에 따르면 쿡은 2021년 대출을 받을 당시 애틀란타 콘도와 미시간주 주택을 모두 주거용으로 지정했다. 주거용 주택담보대출은 다른 부동산에 비해 금리가 낮다.
연준 최초의 흑인 여성 이사인 쿡은 2022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할 당시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교수였다. 쿡의 임기는 2038년까지다. 다만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법은 사유(for cause)가 있을 경우 현직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이번 법적 다툼이 행정부 권한, 연준의 독특한 성격과 역사, 그리고 쿡의 행위가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복잡한 쟁점을 아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연준 역사 학자인 피터 콘티 브라운은 "해당 모기지 거래가 쿡의 연준 임명 이전에 이뤄졌으며 상원 인준 과정에서 이미 공개 기록에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캐슬린 저지 교수는 "현재 공개 기록에는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정보가 거의 없다"며 "따라서 실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단기채 수익률 하락 장기는 상승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공격으로 장단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크게 벌어졌다.
연준이 트럼프 압박 속에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으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내렸다. 반면 연준의 이런 대응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끌어올려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으로 장기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2년 물 수익률은 0.045%p 하락한 3.685%로 떨어진 반면 30년 만기 수익률은 0.032%p 뛴 4.921%로 올랐다. 이 때문에 장단기 국채 수익률, 금리 격차가 벌어졌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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