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선체 청소로봇 부산물, 바다 플랑크톤 해쳐…“국제적 관리 필요”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7 10:44

수정 2025.08.27 10:38

KIOST 연구진, 세계 최초로 규명
[파이낸셜뉴스] 선체 표면에 붙은 부착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수중청소로봇이 활동하며 바다 아래로 떨어뜨리는 부산물이 동·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선체 청소로봇 운영에 대한 국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선체 수중청소로봇의 청소부산물이 해양생물 군집 구조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그 연구 결과를 이달 초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고 27일 밝혔다.

선체 수중청소로봇이 선박 표면을 청소하며 생기는 부산물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요약도. 그래픽=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선체 수중청소로봇이 선박 표면을 청소하며 생기는 부산물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요약도. 그래픽=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표면에 붙어 살아가는 해양 부착생물이 선박에 붙으면 속력을 떨어뜨려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등 문제점을 일으킨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오염 방지 페인트 또는 선체 수중청소로봇을 활용한 청소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수중 청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는 구리, 아연을 비롯한 중금속과 다량의 부유물질이 포함돼 있어 연안 상태계에 잠재적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에 KIOST는 지난 2021년 해양수산부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부산물의 해상 방출로 인한 해양생태계 위험성 평가 및 선체 부착생물 관리·평가기술 개발 수행에 나섰다.

KIOST 남해연구소 생태위해성연구부 백승호·이보라 박사 연구팀은 바닷물을 이용해 1t 규모의 메조코즘(조건통제 아래 수행하는 환경변화 연구)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는 부산물의 희석비율별(1%·5%·10%·대조군) 해양 식물플랑크톤, 동물플랑크톤, 부착성 미세조류 군집의 반응을 평가했다.

그 결과, 선체 청소로봇의 부산물 농도가 5% 이상의 고농도일 경우 식물플랑크톤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동물플랑크톤은 1% 농도에서도 확연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부착성 미세조류는 되레 잘 견뎠으며 농도가 높을수록 더 증가하는 경향을 띠었다.

또 고농도의 부산물 노출 시, 다양한 종이 살아가는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비슷한 특징이 있는 일부 종만 살아남는 현상이 규명됐다. 즉 바다의 먹이사슬이 단순해져 결국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과 에너지 순환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KIOST 이희승 원장은 “연구는 선체 청소로봇의 부산물이 단순 찌꺼기가 아닌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복합오염원임을 규명한 것이다. 국제해사기구에 부산물 포집·처리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물은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쳐 국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기술원은 앞으로도 선체 부착생물의 해양환경 유해성 평가 등의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