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9년 만에 출생아 수와 출산율이 반등하며 인구절벽에 일시적 숨통이 트였다. 올해 연간 출산율이 0.8명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체 출생아의 6%가 혼인 외 출산일 만큼 가족 구조 변화가 뚜렷하고, 첫째아 편중과 고령 출산 등 구조적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인구 문제를 ‘미래 과제’ 수준으로 인식할 경우, 반등세는 단기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출산율 0.8명 '청신호'…상반기 출생아 역대 최대 증가율
27일 통계청의 '2024년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올해 들어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6월 출생아 수는 1만995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09명(9.4%) 증가했다. 2024년 7월부터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최대치이며, 증가율은 통계 작성 이래 6월 기준 역대 최고다.
상반기 누적 출생아 수는 12만60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21명(7.4%) 늘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 증가, 30대 여성 인구 확대,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이 0.8명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은 “합계출산율 0.8명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출산 가능 연령대 여성 인구 증가와 기존에 출산 의향이 있던 여성들의 행동 변화가 수치에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첫째아 편중·고령 출산…"일시 반등에 안주 말아야"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올라설 조짐이 보이지만, 일시적 반등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산 구조를 보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작년 첫째 아이 출생은 전체의 61.3%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5.6% 늘었다. 반면 둘째아 출생은 2.0% 증가, 셋째 이상은 5.8% 감소했다. 첫 아이 이후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9%에 달했다. 전체 산모 중 3명 중 1명 이상이 고령 산모인 셈이다. 특히 다태아 산모 평균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보다 1.7세 높다.
또한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3800명으로 전체의 5.8%를 기록, 사상 처음 5%를 돌파했다. 비혼·사실혼 등 가족 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부처별 분산된 정책과 예산으로는 구조적 회복을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인구 문제를 '미래 과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위기 대응이 아닌 장기 과제로 넘기면, 미래엔 더 큰 비용을 들여도 해결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 단위의 개별 대응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국정과제로 전환돼야 한다"며 "출산율 반등의 흐름을 중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전환하려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이보미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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