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한 미국, 파리협정 탈퇴에도 기후테크 투자는 더 늘어
우리나라는 '미세조류' 기술테크 상용화 활발…산·학·연 협업 방식
호남생물자원관-엔엠플러스, IoT로 미세조류 대양배량 시스템 구축
LG전자-서울대 협업…오븐에 쓰던 '마린 글라스' 해양 생태계 복원
환경공단, 필립스모리스 공장에 설치한 탄소저감 장치 2년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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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세기의 사기극(THE SCAM OF THE CENTURY)!.'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을 건설해 전력으로 사용한 주에서 전기 요금과 에너지 비용이 폭등하고 있다. 세기의 사기극"이라며 "미국에서 어리석은 시대는 끝났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이틀 뒤 로드아일랜드주에 건설 중인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 '레볼루션 윈드'의 시행사 오르스테드에 건설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결정은 놀라운 게 아니다.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반(反) 재생에너지’ 정책에 나설 거라는 건 모두가 예상한 일이었다.
놀라운 건 다른 데 있었다. 기후위기를 믿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와 반대로 미국에 나타난 현상이다. 바로 '기후테크(Climate-Tech)' 투자다.
미국의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지난달 10일 '트럼프 행정부도 기후테크의 막대한 자금 투자는 막지 못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넷제로인사이트의 글로벌 보고서 '기후테크 현황'을 근거로 미국 기업들이 기후테크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기후테크 기업들이 올 상반기 120억 달러(약 16조6368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억 달러 이상 많다. 1년 전체로 보면 바이든 정권이던 지난해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기후테크 투자는 12% 가량 더 높을 것이라는 추정치도 내놨다.
블루카본으로 향하는 기후테크
기후테크 투자는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대책으로 기후테크를 꼽으면서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탄소중녹색성장위원회가 기후테크를 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 등 5대 분야로 구분해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후테크 관련 기업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기후테크 벤처기업 현황을 조사하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CTVC는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최소 1140개의 신생 기후테크 벤처기업이 만들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35억 달러(약 5조원)로 2018년 설립한 기후테크 투자 전문펀드인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를 통해 110여개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도 1억 달러(약 1387억50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기후테크 경연대회 ‘엑스프라이즈’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미세조류를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기후테크 발전에 협업하고 있다. 미세조류는 기후테크 5대 분야 중 클린·카본·에코·푸드 등에 모두 적용된다. 탄소포집은 물론 미세조류 배양으로 얻는 바이오매스는 바이오디젤 등의 연료부터 화장품·식품·의약품으로 제품화할 수 있다.
다만 하천이나 바다에 떠 있는 녹조나 적조를 잠자리채 같은 것으로 걷어 온다고 되는 건 아니다. 여기에 종류별 배양 환경을 구현하고 그 안에 섞인 바이러스나 곰팡이를 분리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지난 2월 천연물및생물자원탐사(NPB) 저널에 실린 시드니공과대학의 '스마트 미세조류 생물 탐사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논문도 "미세조류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이상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에도 산업적 활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 미세조류는 최대 5만종에 이를 정도로 생물 다양성이 높은데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건 수십 종 뿐이다. 그나마 앞선 유럽연합(EU)도 46종을 재배하는 데 불과하다.
사물인터넷에 유리까지…미세조류 기술 개발
다소 느리지만, 우리나라는 미세조류 상용화를 위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올해 추진할 핵심 과제로 '미세조류 활용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환경부에 제안했다. 생물자원관이 말한 기술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미세조류 대량 배양 자동화 시스템이다. 미세조류를 자동화 시스템에서 대량 배양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수질정화에 나서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엔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IT 기반의 CCUS(탄소포집 활용·저장)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호남생물자원관과 엔엠플러스는 IoT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미세조류 배양 장치를 개발해 지난 5월부터 1차 배양 중이다. 이 장치는 실시간 미세조류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배양에 필요한 수온, pH, 광량 등도 제어한다.
이환휘 호남권생물자원관 환경소재연구부장은 "미세조류는 종류마다 배양 환경이 다른데 IoT 기반 배양기는 맞춤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 같은 데이터를 축적해 최적의 배양 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자원관이 발견한 소로키니아나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뛰어난 클로렐라의 일종으로 그 동안 대량 배양이 쉽지 않았는데, IoT 배양기가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엔엠플러스는 생물자원관과의 협업에 이어 미세조류 기술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 사업팀을 오는 9월 회사에서 분사해 '루트원(가칭)'이란 이름의 스타트업을 만들 계획이다.
대기업도 미세조류 개발에 나섰다.
LG전자는 지난 5월 서울대 블루카본사업단과 '블루카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술 교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LG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용성 유리 파우더 '마린 글라스'를 이용해 해양 생태계 복원 실증 사업을 수행하는 게 목적이다.
마린 글라스는 기능성 유리 소재로 물과 만나면 소금처럼 녹아 해조류와 미세조류의 영양분이 되는 미네랄 이온으로 바뀐다. 미네랄 이온이 파괴된 바다 숲을 회복시켜 해양 생태계 복원과 탄소 절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마린 글라스 성분은 인체에 무해한 규소로 항균효과가 뛰어나고 오염 제거에도 용이해 2013년 가전제품인 오븐 안에 사용했다. 이 성분을 바다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함꼐 지난 2023년부터 양산시 북정동에 있는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에 미세조류를 활용한 탄소저감(CCU) 실증화시설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업무협약을 통해 환경공단은 미세조류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환경시험연구원은 실험실과 장비를 활용한 연구 개발을 함께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사업비 약 1억3000만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양산공장 부지를 제공했다.
이듬해 5월부터 필립모리스 양산 공장에 세운 시설은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공장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보글거리는 물기둥 형태의 시설로 들어가면 초록빛 미세조류가 햇빛을 받아 광합성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성장한다.
그 동안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가두거나 화학 제품으로 변환하려면 넓은 부지와 대형시설이 필요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는데 필립모리스 공장에 설치된 시설은 18㎡의 공간이면 충분했다. 배양에 필요한 물은 공장폐수를 재활용하고 전력도 100% 태양광을 이용해 탄소저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여기서 미세조류가 1년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는 2.1톤(t)으로 30년 된 소나무 14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배양된 미세조류는 주기적으로 수확, 바이오 연료나 친환경 비료 등으로도 쓸 수 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산업 단지나 도심 내 탄소 배출시설 등 다양한 현장에서 대기오염 저감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두 번의 사계절을 경험하면서 방법론 구축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세조류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세조류 관련 기술들이 나오면서 ‘탄소배출량에 따른 광배양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할당제’가 제시되기도 했다.
할당제를 제안한 해양생물자원관 바이오실용화실의 조기철 박사는 "실제 산업 시설 또는 지역에서 배출한 탄소량만큼 미세조류를 광배양을 통해 생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이 '기후위기시계(Climate clock)' 초침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참고로 지난 23일 처서를 보내고 나흘 뒤인 27일 오후 2시 현재 지구에 남은 시간은 3년 329일 10시간 58분이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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