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25% 급감 속 전세 46%·월세 34%는 재계약
[파이낸셜뉴스] 6·27 대출 규제 이후 진행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절반 가까이는 갱신 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재계약한 세입자 10명 중 6명은 계약갱신청구권(갱신권)을 행사해 거주지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월세 역시 갱신 비중도 33.6%에 달했다.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재계약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규제가 시행된 6월 28일부터 8월 27일까지 두 달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3만3034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거래 감소에도 불구하고 갱신 계약은 늘었다. 전세 갱신 비중은 직전 두 달 42.1%(1만453건)에서 규제 이후 46.0%(8780건)로 확대돼 3.9%p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10건 중 절반 가까이는 신규가 아닌 연장으로 채워진 셈이다. 월세 역시 갱신 비중이 32.2%(6278건)에서 33.6%(4688건)로 높아져 1.4%p 늘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한 사례도 많았다. 전세 갱신 8780건 중 5107건이 청구권 행사로 이어져 58.2%를 차지했는데, 규제 전에는 57.1%(5967건)였다. 월세 역시 갱신권 행사 비율이 같은 기간 38.2%(2398건)에서 42.0%(1970건)로 늘었다. 전세 재계약 세입자 10명 중 6명, 월세 재계약 세입자 10명 중 4명이 법적 권리를 행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세입자들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으로 진단한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전세 사기 후폭풍이 겹치면서 세입자들이 신규 계약보다는 기존 주택에서 '버티기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집주인들은 대출 부담을 이유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면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약 10% 오르면서 세입자는 위험을 피하려 갱신권을 적극 쓰고, 집주인은 대출 부담으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 한다"며 "이 두 가지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갱신권 행사로 신규 진입 매물이 줄어드는 만큼, 임대차 시장 경직성을 풀 해법은 공급 확대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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