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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독일 자동차기업의 대량해고, '강건너 불'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7 18:05

수정 2025.08.27 18:05

지난 1년간 5만여개 일자리 감소
파업 움직임 노조들, 현실 자각을
독일 자동차기업 벤츠의 로고(출처=연합뉴스)
독일 자동차기업 벤츠의 로고(출처=연합뉴스)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지난 1년 동안 독일 자동차 산업 전체 인력의 7% 정도인 약 5만15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독일 산업 전체에서 일자리가 감소한 규모는 11만4000개인데, 거의 절반이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한 것이다.

CNBC는 "다른 어떤 산업 부문도 이렇게 강력한 고용 감소를 기록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정도로 독일 자동차 산업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는 뜻이다.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전체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요국 경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독일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우디의 고향'으로 불리는 바이에른주 잉골슈타트는 아우디 자동차의 판매 부진으로 세금이 줄어 빚더미에 앉았다는 소식도 있었다.

벤츠나 BMW 등 고품질의 자동차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던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진 데는 대체로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첫째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다. 중국에 일찌감치 진출해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 자동차는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전반적인 독일 경기의 부진, 미국의 관세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환경과도 다르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도 판매 부진으로 거의 철수 직전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우리 자동차의 미국 수출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독일만큼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대응을 잘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대차나 기아 등이 발 빠르게 전기차 전환과 고급화를 추진한 덕분이다. 독일은 '엔진 자동차'의 세계 최고라는 사실에 취해 자동차 시장의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대처가 늦었고, 그 결과가 대량해고와 경영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의 출현은 좋은 배터리만 있으면 누구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렀다. 중국이 그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전자기업인 샤오미가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기술 발전이 빠른 만큼 산업계의 변화 속도도 빠르다. 전통적 기술로 1위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기술혁신을 등한시하고 변화의 조류에 늦게 대응하다가는 어떤 기업도 하루아침에 낙오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핀란드의 노키아나 일본의 소니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경영난을 강 건너 불로 구경할 계제가 아니다. 변화에 둔감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영방식으로는 곧바로 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그런 면에서 아직은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좋을 때 더 자금을 비축하고 그 돈으로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과도한 요구를 내세우며 파업까지 불사하려는 노조의 행태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독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를 넘는 노동투쟁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노조도 자각하기 바란다. 대량해고 사태를 겪는 독일 노동계를 보면 우리는 비교할 수도 없이 사정이 좋다.
미래를 위해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