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석 국민권익위원회 민생현안제도개선전담팀장
30년 넘게 발달장애 딸 돌본 노모
시설 나온 후 걱정인 장애인 만나
정책과 현실 간극 메우려고 노력
숫자로 성과 평가하는 행정 비판
개인 삶 얼마나 바뀌었는지 봐야
30년 넘게 발달장애 딸 돌본 노모
시설 나온 후 걱정인 장애인 만나
정책과 현실 간극 메우려고 노력
숫자로 성과 평가하는 행정 비판
개인 삶 얼마나 바뀌었는지 봐야
27일 만난 윤 팀장은 "정책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모든 개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행정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행정이 지향해야 할 원칙은 '인간 중심 현장주의'다. 윤 팀장은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정책이나 제도는 큰 틀에서 제시하되 현장에서는 개인별 상황이나 욕구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선택지와 재량권을 제공해야 한다"며 "정책 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의 한 단면이다.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삶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돌봄 인프라 부족으로 당사자들이 고립과 생계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팀장은 "아무리 아름다운 목표를 내세워도 당사자가 지역에서 살아낼 힘을 갖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쪽방촌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위험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관계,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주민을 더 열악한 곳으로 내모는 폭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권익위가 다루는 민원은 대부분 수십년간 누적된 고질적 현안이다. 복잡한 이해 관계와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제도적 관성이 발목을 잡는다. 윤 팀장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절박한 목소리"라며 "그 사연이 그들에겐 평생 숙원이자 생존의 문제임을 깨달을 때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민원 유형은 디지털 격차 문제다. 그는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못 하고 발길을 돌리는 어르신, 온라인 행정서비스 신청이 막막한 사람들이 대표적"이라며 "초고령사회에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숨어 있는 고충을 발굴하는 것이 권익위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에게 오래 남는 것은 정책 성과보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눈빛이다. 윤 팀장은 "30년 넘게 발달장애 딸을 돌본 어머니가 '더는 버틸 힘이 없다'며 울먹이던 모습, 생활고 끝에 자녀를 맡겼다가 결국 보험금만 챙기고 사라진 부모 탓에 홀로 남겨진 어린 여동생의 사연을 잊을 수 없다"며 "정책 이전에 한 사람의 고통을 듣고 보듬는 것이 권익위의 첫번째 사명임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경험이 공직자로서 제가 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권익위가 국민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사소한 불편이 생기면 '권익위에 물어보자'라고 떠올릴 수 있는 든든한 이웃, 다른 기관이 외면해도 '권익위만큼은 내 편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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