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차 안내 들으려면 초집중… 불친절한 대중교통서비스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7 18:16

수정 2025.08.27 18:16

시내버스 내부 전광판·음성안내
'다음 정류장' 화면은 짧게 재생
광고 영상은 반복적으로 보여줘
"어디지" 시민 불편 꾸준히 제기
#. 직장인 서모씨(28)는 최근 종로행 버스를 탔다가 제때 내리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버스가 종로1·2·3에 근접하면서 안내 전광판에 집중했으나 화면이 10초 만에 광고로 바뀐 탓에 하차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는 "안내를 보던 도중 광고가 나와 벨 누르기 망설여졌다"며 "내려야 할 곳이 맞는지 헷갈렸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서씨의 경험은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버스·지하철에서 안내에 비해 광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안내 부족은 고령층이나 서울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

■광고에 밀린 버스 안내

26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시내버스 내부 전광판(버스TV)은 광고 위주로 운영돼, 하차 안내는 광고 틈새에 잠시 노출되는 수준이다. 광고는 15초 이상 반복되지만 '다음 정류장' 표시는 짧게 지나가거나 정차 시에만 표시된다. 운전석 옆 발광다이오드(LED) 안내기는 손잡이에 가려 뒷좌석 승객이 보기 어렵고, 이어폰을 착용하는 탑승객도 많기 때문에 음성안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하철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입문 상단 매립형 스크린 △천장 중앙 돌출형 모니터 △열차 양끝 LED 전광판 등 노선과 차량마다 안내 위치가 제각각이다. 특히 혼잡한 시간대에는 소음으로 방송도 잘 들리지 않아 승객들이 하차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매일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최씨(34)는 "목적지에 다 온 것 같아 출입문 위를 봤는데 화면이 없어 당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일역 재승차 건수는 481만여 건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시민 8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가 "안내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해 하차역을 놓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안내 노출 3초 늘렸지만 역부족

버스업계는 민원이 증가하면서 안내 노출 시간을 2~3초 늘렸지만, 이마저도 구조적 한계는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버스운송조합 관계자는 "정류장 음성 안내는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만 광고 모니터에 음성안내를 직접 연동하기는 광고 대행사 권리와 충돌해 어렵다"며 "안내 시간을 추가로 늘리려면 광고 대행사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로1·2가처럼 유사 정류장명 혼동 문제는 지자체 권한이라 조합 단독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올해 신규 편성된 전동차 100여에 대해 불필요한 부가정보를 줄이고 도착역 노출을 확대하는 개편을 진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도 지난 2월부터 지하철 2호선에서 객실 안내방송을 모바일 앱 '또타지하철'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이는 안내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재 위치와 다음 역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말까지 1~8호선 전 구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차량 연식과 열차 운영 주체가 제각각이라 전 구간의 안내 체계를 단기간에 통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는 공공 교통체계에서 안내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대중교통은 시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이므로 광고보다 안내 기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선과 차량마다 안내 위치가 다른 문제를 최소한의 통일 기준으로 맞추고, 시각·청각 정보를 동시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