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BTS 정국·대기업 회장 노려 400억 가로챈 해킹 조직 검거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8 13:45

수정 2025.08.30 19:22

개인정보 해킹해 알뜰폰 개통
기업인·유명인 등 258명 해킹 피해
100대 그룹 피해자 22명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청에서 '알뜰폰 무단개통 등 비대면 인증 무력화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청에서 '알뜰폰 무단개통 등 비대면 인증 무력화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연예인과 대기업 회장 등 재력가를 노린 해킹 범죄로 약 400억원을 편취한 국제해킹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23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자 16명으로부터 390억원을 편취하고 피해자 10명으로부터 250억원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국제해킹조직 총책 중국 국적 A씨 등 2명과 국내외 조직원 16명을 검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16명은 △기업 회장·대표·사장 8명 △임원 1명 △연예인·인플루언서 3명 △가상자산 투자자 3명 △기타 1명이다. 이 가운데 100대 그룹에 포함된 기업인이 2명이다.

해킹 조직은 보안 취약점을 집중 공략해 범죄를 저질렀다.

보안이 취약한 정부·공공기관, IT 플랫폼 업체 등 웹사이트 6곳을 해킹했다. 지난 2023년 7월부터 작년 4월까지 신분증과 주민등록증 발급 일자, 아이핀, 비밀번호와 계좌 잔액 등의 정보를 모은 뒤 본인 인증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89명의 명의로 알뜰폰 118대를 무단 개통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력한 결과 2024년 5월부터 현재까지는 알뜰폰 무단 개통과 관련한 피해 사실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범행 타깃은 대기업 회장, 임원, 유명 연예인 등 자산이 많은 재력가들이었다. 전체 해킹 피해자 258명 가운데 70명이 기업 대표나 사장이었다. 그밖에 임원, 법조인, 연예인, 인플루언서, 체육인 등이 피해를 입었다. 100대 그룹에 속한 피해자만 22명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1명이 입은 가장 큰 피해액은 213억이다.

해킹 조직은 이들이 휴대폰 무단 개통에 곧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범죄를 저질렀다. 교정시설에 수감된 기업인과 유명인, 해외 체류 중이거나 군에 입대한 연예인 등을 노렸다. 피해자 중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속사가 조치하면서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년여간 추적한 끝에 A씨 등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하는 등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했다. 또 A씨가 태국 체류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방콕 소재 호텔에서 범행 중이던 A씨와 B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조직원 총 18명(구속 3명, 불구속 15명)을 검거했다. 총책 A씨는 지난 22일 한국으로 송환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됐고, 내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B씨는 지난 6월 태국 현지에서 구속됐다. 현재 국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밖에 총책의 지시를 받고 유심 무단개통, 자금 세탁 등 역할을 한 중국 국적 중간책 4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유심 중계기 운영, 가상자산 이체 등을 맡은 한국인 12명도 함께 검거됐다.

경찰은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과 피해자의 지급 정지 조치, 경찰의 출급 차단·동결 조치를 통해 확보한 약 213억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대면 우회를 통해서 대규모 금전을 편취한 전례 없는 사건"이라며 "국민 개개인이 범죄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안수칙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