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무과실 배상 책임’ 법제화 진행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금융사가 배상
금액 기준이나 배상 요건, 절차 등은 논의 중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구축..의심계좌 탐지·지급정지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금융사가 배상
금액 기준이나 배상 요건, 절차 등은 논의 중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구축..의심계좌 탐지·지급정지
■‘무과실 배상 책임’ 법제화 진행
정부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열고 확정·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 있는 주체인 금융사가 범죄 발생 시 피해액의 일부나 전부를 배상토록 하는 ‘무과실 배상 책임’ 법제화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올해 안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입법을 통해 특히 일정 피해금액 이하 피해에 대해선 무과실 원칙에 따라 금융사가 온전히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 피해자가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등 금융사 과실이 없을 때도 일정 범위 내에선 금융사가 피해 배상을 맡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 금액 기준이나 사전에 금융권이 기금을 조성할지 아니면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배상 기준을 충족했는지 판단해 해당 금융사에 배상 결정을 내릴지 같은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금융위는 배상 요건, 한도, 절차 등을 정하기 위해 금융권과 협의 중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보험·카드사 등도 소통 상대에 포함된다.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허위신고나 도덕적 해이 등은 일어나지 않도록 수사당국과 피해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공유 방안 등도 논의하고 있다.
법제화 과정에선 영국·싱가포르 등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사의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를 참고할 방침이다.
김태훈 금융위 서기관은 “영국에선 은행에 배상 책임과 함께 의심스러운 결제에 대해 경고나 송금을 멈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며 “싱가포르는 금융사뿐 아니라 그 다음 책임 순번으로 통신사도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김 서기관은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아니고, 국내 현실 등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사에 전담 부서·인력 구비 의무화
금융사 내 보이스피싱 전담부서 설치·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 등 인적·물적 설비를 충분히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금감원이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필요 시 개선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한다.
김 서기관은 “여태껏 금융사들은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한 역량을 확충해왔으나 최근 급증하는 피해와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측면에 있었다”고 짚었다.
보이스피싱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피해 발생 전 금융사가 효과적으로 범죄 의심계좌 등을 탐지하고 계좌를 지급정지 할 수 있는 장치다. 해당 플랫폼에는 모든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 등이 집중·공유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한 AI 분석 결과 등이 각 참여기관에 전파된다.
이는 △보이스피싱 의심계좌 사전 지급정지 △피해자 의심거래 차단 및 문진·안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통신회선 사전 경고 △범죄에 취약한 계층 등에 대한 예방정책 수립·경고·안내 등에 활용될 수 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 간 업무협조·정보교류 등도 한층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엔 범죄 계좌가 확인되고 이와 연관된 금융사 계좌가 식별돼도 전화나 팩스 등을 통해 개별 요청을 해야 했으나 이 플랫폼을 거치면 표준화·전산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해 조치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역시 일반 금융사와 동일하게 범죄에 이용된 계정을 지급정지하고,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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