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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잇는 '유통 플랫폼'과 '덕후 소비자'… K뷰티 성장 배경 조명 [내책 톺아보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8 18:18

수정 2025.08.28 18:18

김난도 교수가 전하는 K뷰티 트렌드
K뷰티 트렌드/ 김난도 외 / 미래의 창
K뷰티 트렌드/ 김난도 외 / 미래의 창
현재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K' 열풍엔 음악,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 화장품, 즉 'K뷰티'가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물론 제품을 구매하는데 깐깐한 일본 시장의 1위 화장품 수입국이 한국이다. 글로벌 MZ세대가 K팝 아이돌의 화장법을 따라하거나 K드라마 속 배우의 피부 관리법을 궁금해 하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캐리어엔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화장품이 가득하다고 한다.

이 같은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단순히 K콘텐츠의 인기로만 달성 가능한 것일까. "K뷰티의 성공 요인을 K콘텐츠의 인기에서만 찾는다면 안이한 해석"이라는 것이 나를 포함해 이 책을 함께 작업한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 연구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화장품은 매일 피부에 직접 바른다는 특성상 문화적 후광뿐만 아니라 품질과 효능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상품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프랑스와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제품이나 브랜드 단위가 아닌 산업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획-제조-생산-마케팅-유통이라는 전체적인 가치사슬(value-chain)이 함께 맞아 돌아가야 하는데, 화장품 산업은 이를 충족한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 시장에서 'K뷰티'로 각광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K뷰티 트렌드'는 이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K뷰티의 경쟁력은 크게 6가지 역량으로 풀이된다. 신수요를 만들어내는 '기획력', 이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속도력', 실행과 학습이 공존하는 '주도력', 온라인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특성에 맞춰 나갈 수 있는 '대응력', 안정적으로 다각화된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상품력', 똑똑하고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갈 수 있는 '덕후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역량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트렌드'다.

책에서는 K뷰티가 가진 혁신 DNA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유통 플랫폼인 올리브영을 연결점으로 초기 화장품 한류를 이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부터 화장품 인디 브랜드인 아이소이·닥터지,·토리든,·롬앤,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뷰티 인플루언서에 이르는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두 핵심 그룹이 있다. 하나는 화장품의 성능을 하나하나 집요하게 따져보며,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뷰티 포트폴리오를 조합해내는가 하면, 기존 제품을 과감히 변형하거나 해체해 자신에게 최적화 하는 덕후력을 지닌 한국 소비자다. 또 다른 하나는 이처럼 집요한 한국 소비자와 판로가 부족했던 K뷰티 인디 브랜드를 온·오프라인으로 연결한 유통 플랫폼 올리브영이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진 뷰티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하는가 하면, 이렇게 만들어낸 신제품을 다시 소비자에게 빠르게 선보이며 오늘날 K뷰티 산업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냈다.

최근 K컬처의 인기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열풍과 함께 또 한번 도약하고 있다.
K컬처의 한 축을 담당하는 K뷰티도 다시금 주목받으며 글로벌 무대가 확장될 전망이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중기 수출 효자 산업으로 성장한 K뷰티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균형 잡힌 생태계를 만들어온 뷰티산업이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파고들어 더 이상 'K'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